색다른 즐거움/그냥쓰기

오십 한 번째 산책

천진 김 2022. 7. 7. 09:11
728x90




어젯밤에는 천둥과 번개가 요란스럽게 떠들어 잠을 설치게 했습니다.
잠들기 전에 우레와 같이 치는 천둥에 놀라고 번개에 소스라치게 놀란 전기가 잠시 멈추었다 깨어났습니다.
번쩍하는 녀석이 잠들어 있던 티비를 깨워서 나도 놀랐습니다.
문득 어린 시절 한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전력이 충분하던 시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끔 정전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날은 아버지가 집을 비우셨던 날입니다.
저녁 무렵부터 내리던 비에 어머님과 동생들이 잠자리에 들었을 때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이내 집 앞에 있던 전봇대에서 불이 번쩍하더니 집은 암흑 속에 갇혀버렸다.
컴컴한 암흑 속에서 맞는 천둥과 번개는 공포를 불러오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어머니는 서랍 속에서 초를 찾아 불을 붙이고 우리들은 촛불 가까이 모여 앉았다.
우르릉 쾅 '끼악' 번쩍
우르릉 쾅 '끼악' 번쩍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어린시절의 우리는 아버지도 없는 집에서 겪는 무서움이었다.
이제는 해볼 수 없는 추억이 된 것 같다.
어제도 너는 치거라 나는 잔다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요란을 떨더니 오늘 아침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아침이었다.
어제 내린 비로 날씨는 조금 우중충했지만 더위를 한풀 꺾어 놓았다.
산책로를 걸으며 밤사이 내린 비를 머금은 나무들이 잔잔하게불어오는 바람에 눈물 떨구듯 담고있던 빗물을 떨어뜨렸다.
갑자기 떨어지는 차가움에 놀라긴 했지만 내몸에 올라오는 연을 식혀주었다.
이제는 아침 산책에서 만나는 분들과 많이 얼굴을 익혔다.
아침 저녁으로 올라오시는 노부부와 또래의 부부는 밝은 인사로 하루를 함께한다.
내 또래 부부의 남편은 10키로 이상의 체중을 감량했다고 한다.
처음보았을 때 아내는 남편을 따라 어쩔수 없이 산을 오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얼굴이 밝아졌다.
아마도 즐기기 시작한 것 같다.
나도 이제는 조금씩 산책하는 것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 같다.
내게 많이 부족했던 것은 여유를 갖고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주변을 조금은 살필 수 있게 된 것 같다.
여유를 찾아가는 일상에 감사함을 느낀다.
무한한 욕심에 자신을 다그치며 살면서도 달성하지 못하는 것에 자책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범인이 실천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한계 이상을 원하는 욕심을 비우는 것일지 모르겠다.
우리는 살면서 버려야하는지 남겨야하는지 결정하지 못하는 미련으로 흔들리며 산다.
답은 흐르는 데로 두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미련은 나를 괴롭힐테니 말이다.
고민하지말고 시간에게 맡기며 살자.
오늘 할 수 있는 것만 하면서 살자.
어자피 인생은 오늘이 아니 지금이 모여서 미래가 되는 것이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