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연습경기
아들이 제대 후 축구를 다시 하겠다고 몸을 만들고 처음으로 연습경기를 관람하러 다녀왔다.
전역 전부터 늘어난 체중과 체지방을 줄이기 위해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했다고 한다.
전역 전 3주 동안 휴가를 나오며 졸업한 고등학교 팀에서 후배들과 매일 훈련을 소화하고 집에 돌아와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전역 후에는 양주에 있는 독립구단에 들어가 비슷한 또래들과 훈련을 하며 몸을 선수 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했다.
매일을 한 분야에 모두 쏟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름 쌓이는 스트레스도 풀어야 하고 휴식도 취해야 한다.
아들은 쉴 때는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 같다.
축구를 그만둔다고 하고 공백 기간이 2년이나 되었다.
생각보다 몸이 많이 나빠지지는 않았지만 선수 때와 같은 몸이 되려면 체중도 5킬로 이상 감량해야 하고 체지방도 4%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아들은 전역한지 2주 정도가 지났는데 목표하는 체중에 1~2킬로 정도만 감량을 한다면 도달할 것 같다.
매일 찌는 듯한 더위와 싸우며 훈련을 하고 들어오면 2킬로 정도 체중이 줄었다 식사를 하면 다시 제자리가 되기도 한다.
어제 아들은 오늘 훈련이 없어 여자친구의 생일을 함께 보내려 외출을 한다고 했다가 다시 팀에서 갑작스러운 연습경기가 잡혔다고 8시 40분까지 챔피언스파크로 오라고 했단다.
나는 오후에 귀쫑에서 진행하는 박물관 여행을 함께할 예정이었지만 아들과 함께 가기로 했다.
아내는 아빠가 더 적극적이라며 한 마디를 했다.
아들이 하려고 하는 축구 선수의 길은 영상을 촬영해 잘하는 부분을 편집하고 지원서를 보내야 할 경우도 있다.
나는 아들이 축구를 그만 두기 전에도 유튜브로 중계하는 영상을 다운로드하여 주요 장면을 편집하곤 했었다.
경기를 쫓아가 응원을 하는 목적도 있지만 언젠가 쓰일지도 모르는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한다.
우리나라의 프로 리그는 K1, K2가 있고 세미프로 리그로 K3, K4가 있다.
아들은 축구를 그만 두기 전 세미프로 리그에서 경기를 뛰었었다.
아들이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만두고 싶다는 말에 흔쾌히 그만두라고 했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었기에 아들이 포기하는 것이 화가 났지만 아들의 선택을 받아들이기로 했던 것이다.
그렇게 군대에 가고 시간이 지나며 아들은 다시 축구에 도전해 보겠다고 했고 아내는 힘든 길을 왜 다시 가려 하느냐며 말렸지만 아들의 선택을 끝내 받아들였다.
나는 아들이 포기한 것에 미련이 있었기에 선택을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야 한다.'라며 적극 지지해 주었다.
물론 축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너무도 잘 안다.
하지만 인생에서 어디 쉬운 일이 있던가 기를 쓰고 달려들어야 작은 것 하나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일의 성과였다.
나는 좋아하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고 그럭저럭 삶을 살아내었다.
아들은 그런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은 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그만두더라도 실패는 아니라고 가르치고 싶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하는 축구를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아들의 첫 연습 경기가 K1 프로 리그의 FC 서울 2군 팀이었다.
아들은 중학교 시절 FC 서울 고등 팀에 가고 싶어 했었다.
너무 늦게 팀을 옮겼고 연습 경기조차 해보지 못했기에 연이 닿지 않았다.
함께 가는 차 안에서 아들은 세미프로에 있을 때도 한 번 경기를 할 뻔했는데 못했다고 했다.
그렇게 연이 닿지 않던 팀과 연습경기가 잡힌 것이었다.
나도 프로 팀의 2군과 경기를 하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기에 어느 정도의 레벨인지 궁금했다.
아들의 경기력이 어느 정도 통할지도 그리고 몸이 얼마나 올라 왔는지도 마찬가지로 궁금했다.
경기장에 도착하니 푸른 잔디로 잘 가꾸어진 경기장이 있었다.
경비를 서시는 분께 물어보니 아주머니 일곱 분이 매일 잔디를 관리하고 있다고 하셨다.
대부분 세미프로 팀들과 그 이하의 리그는 인조잔디 경기장에서 경기를 한다.
프로 팀은 리그에서 천연잔디 경기를 하기에 연습도 천연잔디 경기장을 사용하고 있었다.
천연잔디에서 경기를 하는 것은 두 배 이상 힘이 더 든다.
아무리 고르게 평탄화를 했다고 해도 잔디가 자라면서 가져오는 천연의 굴곡이나 흙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라도 내려서 수분이 많으면 더 깊이 빠져들면서 뛰는 선수의 발을 무겁게 만든다.
매일 그곳에서 연습을 하는 선수들과 그렇지 못한 선수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경기가 시작되었는데 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직 몸이 정상이 아니라 후반 정도에 들어갈 것 같았다.
언제 들어올지 모르게에 영상을 처음부터 찍기 시작했다.
경기가 시작하고 10분도 되지 않아 우리 팀은 2골을 내주었다.
2군이라 하더라도 프로선수의 역량을 보는 것 같았고 경기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하고 20분이 지나자 등번호 13번을 달고 아들이 경기에 들어왔다.
내 생각보다 빠른 출전이었고 잘 뛰지 못하는 것 같았다.
경기에 들어오고 10분쯤 지나서 몸이 풀렸는지 그제야 움직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전반 25분과 후반 30분 정도를 뛰고 교체돼서 나올 때까지 아들은 팀이 넣은 두 골에 모두 관여를 했다.
모처럼 프리 킥으로 골도 넣었고 선수 때만큼은 아니지만 임팩트 있는 드리블 돌파도 해 내었다.
내가 보기에 몸 상태는 선수 때의 80% 이상은 도달한 것 같았다.
경기가 끝나고 함께 집으로 오면서 아들에게 어땠는지를 물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FC 서울의 2군이 해볼 만했다고 하며 몸 상태가 90분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아들을 마크했던 중앙 수비수가 우습게 보았다 놀랬는지 험한 태클을 많이 해서 많이 넘어졌다.
한 번은 심하게 발을 걸어서 넘어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기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나고 아들의 얼굴은 또 멍이 들어 있었다.
그 수비수가 다리를 걸어 넘어졌을 때 얼굴부터 떨어져서 퍼렇게 멍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이제 다시 시작하는 것인데 부상을 당하면 큰일인 것이다.
모쪼록 다치지 않고 아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잘 해내기를 기도한다.
나 또한 오랜만에 익사이팅 한 하루를 보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