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새벽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
출판 어크로스 | 2021.4.28.
철학책을 읽어내는 것은 힘이 든다.
매일 한 단락씩 읽어 이십일 만에 마지막장에 도달했다.
저자는 14명의 철학자들의 사상을 일상과 일생을 기준으로 설명해 준다.
새벽에 잠 깨어 하루를 맞이하고 일상을 지내는 모습을 단계적으로 철학자의 사상과 가르침에 빗댄 것 같다.
저자는 책의 굵은 단락으로 새벽, 정오, 황혼이라는 3개로 나누었다.
1.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
새벽의 첫 철학자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꼽았다.
우리가 새벽 기상에 의미를 두고 시도하지만 성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처럼 나의 모습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아침은 그날의 느낌을 결정한다. 아침이 나쁘면 하루가 나쁘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대개는 그렇다.
춥고 칙칙한 월요일 아침에는 지위와 특권이 아무 쓸모가 없다.
삶의 다른 측면에서는 너무나 큰 도움이 되는 재산마저도 소용이 없다.
오히려 부유함은 푹신한 이불과 한패가 되어 몸을 일으키지 못하게 만든다." p24
나는 이 대목을 만나고 밑줄을 그었다.
새벽에 일어나 무언가를 하겠다고 많은 시도를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일찍 일어나 무언가를 해냈다는 만족감보다 오후에 밀려오는 피곤함이 더 컸다.
아침이면 침대 밖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에 몸을 감싸는 포근함과 따뜻함의 침대는 오분 만을 되네이다 어쩔 수없이 가야 할 시간까지 버티는 자신을 책망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는 글 같았다.
"아침은 변화의 시간이며, 변화는 결코 쉽지 않다.
우리는 의식이 있는 상태를 떠나 잠이 들었다가 다시 각성 상태로 진입한다." p25
"새벽에 침대에서 나오기가 힘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라.
'나는 한 인간으로서 반드시 일해야만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p36
새벽은 혼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아무 방해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한다.
그 시간을 사용하느냐 하지 못하느냐가 성공의 갈림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막상 새벽 알람을 만나면 모든 신경은 깨어나야 함과 사투를 벌인다.
거의 모든 전투는 깨어남의 패배로 결말지어지는 것이 나다.
아우렐리우스의 조언은 명료하다. 인간으로서 일해야 한다는 목표를 부여하라는 것이다.
새벽기상에 성공한 모든 사람들이 해주는 조언과 마찬가지다.
새벽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알긴 알겠는데 잘 안 되는 걸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
2.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는 법
두 번째 철학자는 소크라테스다.
새벽 기상을 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답으로 제공되는 것이 궁금한 것을 하라는 이유 같았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로 유명한 철학자다.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무지를 끌어내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구분해야 함을 가르친 철학자이다.
"삶을 성찰하려면 거리를 둬야 한다.
자기 자신을 더 명확하게 들여다보려면 자신에게서 몇 발짝 물러나야 한다.
이렇게 거리를 둘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p 51
"뭔가가 우리를 막고 생각하게 만들 때, 우리는 그것이 '우리를 멈춰 세웠다.'고 말한다.
멈춤은 실수나 결함이 아니다.
멈춤은 말을 더듬는 것도, 말을 가로막는 것도 아니다.
멈춤은 텅 빈 것이 아니라 잠시 유예된 상황이다." p57
"사람들은 잘못된 도수의 안경을 쓰고 돌아다닌다.
이런 실수는 당연히 보는 방식과 보는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왜곡된 현실을 유일한 현실로 착각한다.
심지어 자신이 안 맞는 안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하루 종일 휘청거리며 가구에 부딪치고 사람들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내내 가구와 사람들을 탓한다." p67
"마음의 대답에 도착하려면 인내심도 필요하지만 기꺼이 자신의 무지와 한자리에 앉으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끝없는 해야 할 일 목록에서 또 하나를 지우려고 성급히 문제 해결을 향해 달리는 대신, 의혹과 수수께끼의 곁에 머무는 것. 여기에는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우리를 조롱할 것이다. 내버려 두라고, 제이컵 니들먼과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비웃음은 지혜의 대가다. " p69
"좋은 질문은 그렇다. 사람을 단단히 붙잡고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좋은 질문은 문제의 프레임을 다시 짜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좋은 질문은 문제의 해답을 찾게 할 뿐만 아니라 해답을 찾는 행위 그 자체를 재평가하게 만든다. 좋은 질문은 똑똑한 대답을 끌어내기도 하지만 침묵을 끌어내기도 한다. " p71
"행복은 붙잡으려고 애쓸수록 우리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행복은 부산물이지, 절대 목표가 될 수 없다.
행복은 삶을 잘 살아낼 때 주어지는 뜻밖의 횡재 같은 것이다." p76
이 단락을 읽으며 윗 문장에 왜 밑줄을 그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무의식적으로 밑줄을 긋고 그때의 생각을 기록하지 않으니 왜 이 글에 손이 가게 됐는지도 시간이 지나면 알 수가 없다.
다만, 자신이 가장 지혜롭다는 신탁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아버리지 않고 '왜'라는 물음을 던지고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했던 소크라테스의 질문을 통해 저자는 질문을 던지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의 삶을 성찰하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어야 하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한다.
지금까지 나를 드려다 볼 엄두를 내지 못했고 망설였다.
어떤 질문을 던져야 나를 드려다 볼 수 있는 것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인터넷 공간 상에는 나를 찾는 질문 100가지라는 질문 리스트가 돌아다닌다.
막상 그 질문들을 보면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도 않고 나를 아는데 적절하지도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3. 루소처럼 걷는 법
세 번째의 철학자는 루소다.
저자는 루소를 통해 걷는 즐거움과 효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루소는 산책을 좋아한 철학자 중 한 명이고 많은 철학자들이 산책을 통해 통찰을 얻었다고 한다.
걷는 것은 저자의 말처럼 누구에게나 평등한 일 중 하나이다. 장애만 없다면 말이다.
새벽에 일어나 궁금한 것을 찾고 천천히 걸으며 답을 구하라는 것 같았다.
'상상 속에서든 현실에서든 역경을 만나면 자기 연민이나 절망에 빠지지 말고 그저 다시 시작하라.' p99
"걷기는 평등하다. 장애가 없다면 누구든 걸을 수 있다. 부유한 산책자라도 가난한 산책자보다 유리한 점은 전혀 없다. " p102
4. 소로처럼 보는 법
네 번째 철학자는 데이비드 소로다.
소로는 간소한 삶을 살아간 사람으로 '월든'이라는 책을 통해 호수 근처에 살면서 유유자적하는 삶에 대해 전했던 사람이다.
저자는 루소의 산책이라는 습관에서 통찰을 얻으려면 소로처럼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었다.
생의 본질적인 실상에 직면하고 싶어서, 그것들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제대로 살지 않았음을 깨닫고 싶지 않아서였다." p132
"보는 행위는 의도적이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때조차 보는 것은 언제나 선택의 행위다.
소로는 제대로 보려면 "눈에 별도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핵심은 각도다. 소로처럼 온갖 각도를 다 활용한 사람은 없었다.
관점을 바꾸면 어떻게 보느냐뿐만 아니라 무엇을 보느냐도 바뀐다.
"제대로 된 관점에서 보면 모든 폭풍과 그 안에 든 모든 빗방울이 무지개다. " p133
5. 쇼펜하우어처럼 듣는 법
다섯 번째로 맞이하는 철학자는 쇼펜하우어이다.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철학자라 불린다. 세상 및 인생을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철학이란다.
하루의 정오를 다가가는 시간이 찾아오거나 인생의 전환기에 다다른다면 고민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얘기하는 듯했다.
저자는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도 있는 시간대인 삶의 중간 지점에서 어떻게 집중하고 잘 들어야 하는 가를 쇼펜하우어에서 찾으라는 것 같았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필요로 하지만 타인은 우리를 해칠 수 있다. 관계는 끊임없는 궤도 수정을 요하며, 매우 노련한 조종사조차 가끔씩 가시에 찔린다." p162
"진정한 듣기를 위해서는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 쇼펜하우어는 이처럼 아무런 판단 없이 음악을 들을 때 "절대적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p169
"스스로 생각해서 해답을 내놓는 것이 100배는 더 가치 있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사람들이 자기 생각과 함께 머무르지 않고 너무 자주 책 앞으로 달려간다고 말했다. "책은 자기 생각이 고갈되었을 때만 읽어야 한다." p179
오전까지의 시간은 나를 되돌아보고 나아갈 길을 숙고하는 시간일지 모른다.
인생의 전반기 또한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한 도전과 숙고가 필요하다.
왜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지 일어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저자는 철학자들을 통해 알려주고자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시작한다고 모두가 일찍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여유를 가지고 나갈 수는 있는 것이다.
길을 잘못 들어도 되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천천히 여유를 부리며 쉬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철학적 사유는 길다. 잠시 쉬어서 다음을 기약하며 나도 쉬어 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