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주는 힘/2024년 독서록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천진 김 2024. 12. 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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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저자  윤정은

출판  북로망스  |  2024.1.12.

 

 


소설에 많은 밑줄을 그어 본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오디오북으로 듣다가 전자책을 펼친 책이다. 자신의 마음을 사진으로 찍어 준다는 환타지의 소설이지만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나도 그런 사진관이 있으면 지금의 내 마음을 찍어서 현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나의 마음 상태가 어지럽고 복잡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살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시한부 통보를 받은 봉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가족여행을 메리골드로 떠난다. 고아원에 보내져 생활하다 같은 고아원의 영미와 성인이되어 정착금을 받고 나오면서 함께 생활하게되고 열심히 살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형편에 시한부 질병을 얻었다는 청천병력 같은 상황이 된다.

꼭 나아지지 않는 삶에 대한 걱정을 안고 사는 나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갑자기 내가 질병을 얻게되어 얼마 살지 못하게 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봉수와 비슷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지 못한다.

봉수와 영미는 절망과 삶의 절벽 끝에서 희망이라는 작은 불씨를 보았던 것 같다.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가난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에는 삶이 순간순간 지옥일 수도 있다.

메리골드 마음사진관에서 그들은 살아내야 한다는 절대적 이유를 자녀인 윤이에게서 얻는다.

가끔 일가족이 자살을 택하는 뉴스를 접하고는 하는데 그때마다 이유도 모르고 죽어가야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화가 날 때가 있었다. 부모인 자신들은 남겨질 아이의 걱정 때문에 함께 죽음을 택하는데 아이들에게 의사를 묻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삶은 소중한 것이고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자신의 삶과 자녀의 삶을 위해서라면 죽음을 택하기보다 함께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사연의 주인공들의 마음은 모두 내 안에 조금씩은 존재하는 마음인 것 같았다. 내가 고민하고 주저하는 마음의 생각들을 꺼내어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감사함을 느껴야 하고 내게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야 하는 일들인 것 같았다.

잊고 살았고 무시하려 했던 감정들이 들썩이는 듯 했고 하루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를 알게 해준 것 같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 해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야하고 그 선택이 오롯히 자신만의 선택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며 적어도 도전하는 한 나이는 시작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잔잔하게 읽혀서 내 자녀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다.

세상살이를 힘들어하거나 원망하는 것조차 사치였으니까. 그리고 오늘이다.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손에 무언가 쥔 것 같았는데 모래성처럼 모두 빠져나갔다. 결국 어제와 같은 오늘. 내일도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 감히 희망을 기대할 수 없는 삶을 살아온 봉수는 삶의 빛이었던 영미를 보물처럼 조심스레 끌어안는다.

'버텨낸다면 이 길의 끝에 무언가 있지 않을까.’ 희망은 배우지 않아도 마음에 절로 품어진다. 잡초 같은 마음이다. 뽑고 또 뽑아도 징그럽게 절로 자라는 희망, 바로 그 잔인한 감정 말이다.

"진짜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때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순간도 있어.”

"그 사진을 볼지 말지도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사진을 보신다고 해서 저희가 미래를 바꾸어 드리지는 않습니다. 그저 선택을 하게 도와드릴 뿐입니다. 저도 정답을 찾고 싶지만, 아마도 인생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는 물음표를 지닌 채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집니다. 최선을 다해.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어른이라고 부르죠.”

어쩌면 사진은 거짓말에 약할지도 모른다. 행복한 척 웃음 지어도 가짜 웃음은 티가 나고, 억지로 웃지 않으려 해도 진짜 웃음 역시 티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진을 찍으며 웃는 이유는, 우리가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굳이 남기는 이유는, 행복하지 않은 어떤 날에 꺼내어 볼 희망이자 빛이 필요하기 때문 아닐까. 희망의 빛, 그걸 보게 하려고 사진을 찍는 걸까.

두려워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일 뿐이야. 나는 할 수 있어.

만약에 아무거나 다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수현 씨에게 있어요. 그런데 인생에서 마법처럼 딱 하나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래요? 그걸 한 번 적어봐요

"끝의 끝인 것만 같은 아침이었는데, 시작의 시작인 것만 같은 밤이네.”

"저 사진은 뭐야? 수학의 정석? 내가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수학의 정석을 푸는 버릇이 있긴 한데… 저것도 내 행복이었어? 푸하하, 몰랐네!” 행복이 무엇인지 잊고 살던 수현이다. 그저 오늘 하루 주어진 일을 무사히 마치고, 승진을 하고, 실적을 내고, 어디까지 가야 만족할지 모를 성취를 위해서만 살았다. 그 성취감만이 인생의 효용을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행복을 모르는 게 아니라 행복을 미루어 두고 산 게 아닐까. 행복은 언제나 내 손 닿는 곳 가까이에서 느껴주길, 바라봐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적음을 그녀의 딸로 살며 학습했다. 단지 그간 표현하지 않던 마음을 꺼낼 뿐.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사랑하는 방법도 모른다던데, 자신은 그 말을 깨고 싶다.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사랑하는 방법을 연습해서 사랑하고 사랑받음에 더 감격할 줄 알게 된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자신의 마음을 양육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고 했어. 길게 자주 웃고 낙관적인 생각을 하라고 했어. 그리고 사소한 기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나 그때의 행동을 기억하래. 그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마음이 슬프더라도 쉬이 행복에 자신을 도달하게 할 수 있다고 했어.”

"우리 수현이… 너무 고생 많았다. 잘했어. 너 지금까지 잘해왔고, 충분히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너무 잘할 거야. 가장 어두울 때가 가장 빛나는 순간일 수도 있다는 말이 있잖아. 지금 어둡고 힘들다면 삶의 축제를 준비 중일 수도 있으니 현재를 즐기라고 했어. 어제를 살지도 내일을 살지도 말고 오늘만 살자고 생각하니까 그 뒤로 정말 자주 웃게 됐어. 웃기지 않은 일도 웃고 나니까 글쎄 재미있어지는 거 있지? 자주 웃으니까 삶이 축제 같더라.”

'앞으로 나아가는 길엔 언제나 진통이 따릅니다. 때론 그 진통이 아프고 괴로워 도망가고 싶습니다.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기나 싶죠. 하지만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요. 당신도 고통스럽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고통 속에 머물지 않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고통을 지나오며 마음이 조금 어른이 된 거 같아요. 성장통이라 해야겠지요. 나의 성장통은 당신이었습니다.’

"여름에 가을을 그리지 말고 가을에 겨울을 그리지 말아요. 마지막 부탁입니다. 부디 오늘을 사세요. 지금 이 순간 행복하세요. 먼 미래의 거창한 행복을 좇느라 오늘의 사소한 기쁨을 놓치지 말고 오늘을 살아요. 나 자신을 위해서. 삶은 여행입니다. 여행 온 듯 매일을 살길 바라요.”

이해할 수 없던 일들은 이해하려 노력할 땐 도저히 풀리지 않는 문제가 되고, 이해하려 노력했었다는 사실조차 잊을 때에야 이해하게 됐음을 알게 된다. 머리로는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일들은 때론 오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마음은 머리보다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리다.

"그런데 시간이 가는 순간도 내 인생이고, 시간이 가지 않는 순간도 내 인생이잖아. 주말의 나도 내 인생이고, 평일의 나도 내 인생이듯이. 모든 순간의 시간 흐름에 연연치 말자는 생각이 들어서 잊지 않으려고 팔에 타투를 새겼어.”

"가보지 않은 길은 두렵고 어렵고 막막하죠. 하지만 그 길이 내 길인지는 두려워도 가보아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디에도 처음부터 길이라고 불린 곳은 없었으니까요. 누군가 그 길을 간 다음에 결과가 생기면 우린 그걸 ‘길’이라 부르잖아요.”

사랑하는 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숨 쉬는 일이라 했다. 그래, 숨을 쉬자. 숨이 잘 쉬어지면 이제 인생을 살아가면 된다고 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일단 숨이 쉬어지면 문제를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살아가다 보면 극복이 아니라 문제 그 자체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길이 무엇인지 찾고 싶다면 길을 걸어보면 되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모든 선택이 너의 자유라는 거야. 마음 사진관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너의 자유고,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도 청춘의 특권이지. 어른이 된다는 건 아무것이라 불리는 역할을 매일 성실히 반복해서 해내면서 책임과 의무가 늘어가는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 자유의지에 따라 네가 하는 청춘의 선택을 존중해. 그 뒤에 따르는 책임을 지는 법도 언젠가 익힐 수 있을 거야.”

20대에만 인생의 진로가 결정되는 건 아니야. 서른 이후에 안정되게 사는 사람은 기대보다 적어. 그리고 생각보다 삶이 길어. 서른 이후도 마흔 이후도,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 이후에도 삶은 지속되잖아

아무것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까지 살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한걸. 아무것이 된다든가 평범하다든가 특별하다든가, 그런 기준들도 어차피 사람이 정한 거 아닌가? 내 삶에 대한 기준은 내가 정하면 되는 거야.

산다는 건 이렇게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 아닐까. 계단을 올랐다고 해서 끝이 아니고 내려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원한다면 계단을 다시 오를 수도 있고 중간에 내려올 수도 있다. 계단이 버겁다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도 있고 계단이 없는 곳을 선택할 수도 있다. 살며 절대로 계단을 마주치지 않을 일은 없지만 최소한 반복에 대한 선택은 할 수 있다.

저녁 바람을 타고 기분 좋은 향이 온 마을에 번진다. 보랏빛 물결을 타고 밤이 찾아온 저마다의 창문에는 불이 켜진다. 매일 같은 일상을 사는 우리의 창문에 불이 켜지고 조금 지루하지만 평범하고 아름다운 오늘의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하늘에는 별빛이 반짝이고 땅에는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 안의 별빛이 반짝인다.

좋은 관계란 함께 노력해야만 오래 유지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책장 뒤에 숨어 있던 이 벽은 그냥 벽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바로 문이었다. 넘지 못할 벽이라고만 생각했던 그곳에 어떤 이유에선지 틈이 생기고 벽을 밀어볼 용기를 낸 순간, 해인의 앞에 새로운 문이 열렸다.

걸어갈 길이 꽃길인 줄 알았는데 뒤돌아보니 흙과 풀만 뒤덮인 길이다. 꽃길도 흙길도 잔디 깔린 길도 모두 좋지만 해인은 어떤 길인지 모르고 가는 오늘을 살고 싶어졌다.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인지 잔디밭길인지 고민하며 길을 만들어 가고 싶어졌다.

모든 것은 흐르고 시간도 흐릅니다. 시간의 흐름을 우리는 꼭 시계를 봐야 알 수 있을까요?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는 이제 시침과 분침을 지우려 합니다. 굳이 행복을 찾으려 애쓰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행복해졌습니다. 허나 자주 궁금합니다. 당신도 지금 행복한지요? 분명 행복할 거라 믿어요. 그리고 언제나 행복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