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7권
7권은 제3편 '밤에 일하는 사람들'의 10장부터 14장까지와 제4편 '용정촌과 서울'의 15장까지를 담고 있다.
'밤에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은 일본과 맞서서 싸우려고 활동하는 동학교도들을 일컫는 말이다. 김 환은 그 아버지 김개주와 마찬가지로 무리들을 이끄는 위치에 있는 듯 보인다. 윤도집네에 모인 사나이들은 운봉노인의 서두를 시작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난상토론을 한다. 윤도집, 조막손, 지삼만, 관수 등이 이 얘기 저얘기를 하지만 결론을 짓는 이는 환이였다. 거지꼴로 돌아왔던 환이가 그 사이 어떤 활약을 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그들 사이에서는 리더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환의 행동은 알 수가 없다. 최참판댁에도 들어가는 등 평사리에 나타난 그는 주막에서 주민들에게 몰매를 맞는다. 충분히 맞설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주민들도 그를 단죄할 입장에 있지 않다. 하지만 그는 반은 자진해서 몰매를 맞은 셈이다. 최참판댁의 몰락이 시작된 사건에 그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 것일 수도 있고, 별당아씨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운 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
우관의 제자인 혜관은 불도를 닦는 중(스님)이지만 동학의 무리들과 뜻을 같이 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하동과 서울과 용정을 이어준다. 간도의 소식을 지리산에 전해주고 평사리와 서울의 소식을 간도에 전해준다.
기화는 혜관이 용정으로 가는 길에 동행한다. 그리운 사람들을 만난다. 서희아씨를 만나고 길상을 만나고 월선아지매를 만난다. 눈물이 아니 날 수 없다.
길상과 최서희는 혼례를 치뤘다. 혼례가 어떠했는지는 묘사되지 않았다. 편과 편 사이 장과 장 사이 어느 시점에서 그 큰 고비를 넘어가 버려서 읽는 독자로서는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길상의 위상이 그새 바뀐 것이다. 길상이 바란 바도 아니었고 피하고자 했던 혼례였으나 그는 피하지 못한 것이다.
어릴 때 거복이라 불렀던 김두수는 간도 일대에서 유력한 밀정이다. 금녀에 집착하다가 윤이병을 이용하고 송애를 이용하는 그의 행실은 치사스럽다. 김평산의 모습이 보여 안타깝다. 평사리에 남은 한복이는 뭘하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용이와 함께 있던 주갑이는 강의원을 따라 떠난다. 임이네 부엌에서 개기를 먹다가 기화를 보고 체했던 주갑을 강의원이 간단하게 낫게 해주었다. 그리고, 밤새 얘기를 주고 받던 끝에 주갑은 그를 따라가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정말 자유로운 영혼이다. 더 두고 보면서 활약을 기대했는데, 더 등장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김생원은 말할 것도 없고 이동진 또한 간도 땅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양반이다. 그들에게 뜻이 있긴 하나 아직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명확한 방향조차 잡지 못한 듯 하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작은 세력들 중 하나이리라.
공노인은 하동사람들의 간도 정착에 큰 도움을 준데 머무르지 않는다. 서희가 그리는 그림을 함께 그려 나간다. 조준구는 그들의 표적이 되었다. 그냥 놔두어도 이미 조준구는 몰락을 향하고 있는 듯 하지만 서희에게는 더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그것은 아마도 토지를 되찾는 것일게다.
길상은 고독했다. 고독한 결혼이었다. 한 사나이로서의 자유는 날갯죽지가 부러졌다. 사랑하면서, 살을 저미듯 짙은 애정이면서, 그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았던 애기씨, 최서희가 지금 길상에게는 쓸쓸한 아내다. 피차가 다 쓸쓸하고 공허한가. 역설이며 이율배반이다. 인간이란 습관을 뛰어넘기 어려운 조물인지 모른다. 그 콧대 센 최서희는 어느 부인네 이상으로 공손했고, 지순하기만 하던 길상은 다분히 거칠어졌는데.
누가봐도 횡재한 것 같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의 충심을 알고 그의 됨됨이를 알고 그의 잠재된 능력을 들여다볼 줄 알았던 서희는 기어이 길상과 혼인을 했다. 최서희... 정말 대단하다. 그 자신 콧대가 매우 세고 고집불통인 양반이면서도 반상을 가리지 않았다. 사랑스러운 인물은 절대 아니지만 계속 지켜보며 잘되기를 바라게 되는 인물이다. 단순히 주인공에게 동화되는 마음만은 아니다.
모두 외양은 평이했다. 다 같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하지 않았다. 대결도 냉전도 아니었다. 미움은 물론 아니었다. 옛날 상태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세 사람의 노력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자기 감정에 가장 냉혹한 사람은 최서희였다.
길상과 서희와 봉순이가 함께 있다. 어릴 적 많은 추억을 함께 가지고 있는 그들이다. 이제는 입장이 전부다 확 달라졌다. 머리속에서는 추억이 맴돌지만 그 얘기를 할 수는 없다. 북받치는 감정이 올라오기는 해도 외양은 평이해야만 한다. 지금 이 모습을 지켜주고자 하는 그들 각자의 노력이다. 경중을 따지기는 어려워도 서희가 가장 냉혹하다 한 것은 맞는 말이다.
김훈장은 길상에게는 눈길을 보내지 않는다. 요즘은 어떠냐는 안부도 묻지 않는다. 그런 김훈장 태도에는 익숙해진 듯 길상은 덤덤히 앉아 있다
김생원 김훈장님... 참 대단하신 분이다. 잠시나마 의병활동도 하며 호기롭기도 했으나 근본 반상의 법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조선의 샌님이다.
“나 그럴 줄 알았다. 호호홋…… 호호홋호, 오 년이 지나갔고 앞으로 또 오 년, 십 년 안에 나는 그 땅을 모조리 거둬들일 테니 두고 보아라. 조준구 놈! 이미 절반 작살이 났다구? 그랬을 게야. 나는 그놈을 알거지로 만들 테다! 아암, 그리고 말려 죽이는 게야.”
실성한 사람같이 웃어젖히며 내뱉는 서희의 말이다. 이 소설의 제목이 '토지'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서희와 길상을 중심으로 해서 토지를 되찾으려는 큰 줄기의 얘기와 함께 또 다른 이야기들이 함께 흐르고 있다. 동학혁명 이후의 얘기들, 국권침탈 이후에 서서히 경제권을 다 집어삼키고 있는 일본, 두만강 이북에서 러시아와 중국과 일본은 치열하게 대치하며 겨루고 있다. 그리고 그 땅에서 나라잃은 설움을 간직한채 살아가는 조선백성들의 모습에는 주름이 가득하다. 드라마 토지의 뒷부분이 기억이 안나서 다행이다. 토지의 하반부 이야기를 모르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래서 모든 얘기들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