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2
2021년 예순 다섯번째 책
자산어보. 2
오세영 역사소설
저자 오세영
출판 문예춘추사 | 2021.4.15.
今有圓形城 不知周徑 有四面門 乙出南門直行一百三十五步 至此
點 甲出東門直行一十六步 視此點 問城直徑幾何
원형으로 된 성이 있다. 둘레와 지름의 길이는 알 수 없는데 사면에 문이 있다. 을이 남문을 나와서 똑바로 백삼십오 보를 걸어가서 어느 지점까지 왔다. 그리고 갑이 동문을 나와 똑바로 십육 보를 걸어간 곳에서 그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성의 지름은 얼마인가?
천원술 중에서 어려운 편에 속하는 사원술(四元術 연립다원고차방정식)에 속하는 문제다. 약전은 최종문도 쉽게 답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종문은 심각한 얼굴로 풀이에 들어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풀기를 포기한 듯 멍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봤다. 과연 답을 구할 수 있을까. 약전은 호기심을 가지고 풀이에 몰두하고 있는 최중문을 지켜보았다. 어지럽게 수식을 적어 내려가던 최종문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희색이 만면했다.
“답은 이백사십 보입니다.”
정답이었다.
“풀이는”
약전은 감탄을 억누르며 해답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물었다. 수학에서 풀이 과정은 답보다 더 중요하다.
“먼저 천원(天元)을 설정해서 성의 반지름으로 삼고 남행보(南行步)로 고(股 높이)를 정한 후에 여기에 동행보(東行步)를 더하여 구(句밑변)를 얻습니다. 그리고 현(弦 빗변)을 구하고서 이것으로 현멱(弦冪빗변의 제곱)을 얻어서 차례로 구멱(句冪 밑변의 제곱)과 고멱(股冪 높이의 제곱)을 계산한 다음에 이들을 가감해서 반경(半徑)을 산출하면 답을 구할 수 있습니다.”
최종문이 차분하게 풀이를 설명했다. 나무랄 데 없는 풀이였다. 최종문은 기대 이상으로 완벽하게 풀이를 한 것이다. 약전은 기뻤다. 흑산도에서 이런 인재를 만나게 될 줄이야. 최종문은 정녕 한양에서도 찾기 힘든 인재였다.
-2권 63~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