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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즐거움/그냥쓰기

아홉번째 산책

천진 김 2022. 5. 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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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친목 모임이 있었다.
집이 외진 곳에 있어서 이제는 대리운전기사가 잘 오질 않는다.
그래서 조금일찍 퇴근해서 차를 주차해두고 모임에 갔다.
코로나로 2년간 모임을 잘하지 못할 때 나는 그 모임의 총무를 했었다.
물론 코로나로 많은 분들이 모임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나 또한 적극적이지는 못했다.
이번에 총무를 맡은 친구는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통화해서 참석하는 인원이 늘어났다.
그렇다 보니 나는 좀스럽게도 비교하면서 초라해 보이게 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중에는 자신의 생각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던 친구 부부도 이번에는 참석을 했다.
참 기분이 좋지 않았다.
순간 이제부터는 내가 나가지말아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나는 나만의 방법이었고 지금의 총무는 그만의 방법이다.
그리고 그 부부에게도 나와 다른 생각이 있었을 뿐이고 그 이해는 서로 달랐을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주 서로를 보지 않고 살거라면 내가 성내고 자리를 피하면 된다.
하지만 누군가는 성냄을 끊어내야한다면 그것이 내가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분을 바꾸고 천천히 관계를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면 상대도 손을 잡으려 생각해볼 테니 말이다.
그렇게 모임의 마무리를 마치고 내일을 위해서 집으로 향했다.
아침 산책을 하겠다고 생각하니 저녁의 술자리를 어느정도 선에서 마무리하려는 마음이 자리 잡았다.
전에 없던 일인 것 같다.
그렇게 집에 들어와 하루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의 아침도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참 이상하기도 하다.
이전에 아침에 일어나 무언가를 하겠다고 했을 때는 알람이 울려야 어찌어찌 일어나 숙제하듯 힘겨운 발걸음을 띄었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걸어보겠다는 산책에는 눈이 떠지는 것이다.
이 즐거움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일어나 나선 산책길에 참새와 까치가 지금까지 보다 더 힘차게 지저귀고 있었다.
나에게 아침인사를 하는 것만 같았다.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천천히 아파트 화단 길을 나와 천보산 산책로에 접어들었다.
내가 걷는 산책 길가에는 철쭉이 나란히 피어 있었는데 이제는 제 할 일을 마치고 길가에 떨어져 있다.
아카시아 나무도 활짝 피었던 꽃들이 흐드러지게 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다.
그런데 그사이로 장미 덩굴이 조그맣고 빨간 꽃을 피워내고 있다.
꽃들의 세상은 순리대로 자신을 빛내고 다른 이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었다.
서로 같이 경쟁하고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위치에서 홀로 빛나고 자신의 역할이 끝나면 다시 대지로 돌아갈 뿐이다.
나는 지금도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결국에는 후배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나도 내가 위치한 곳에서 스스로의 방법으로 빛나다 떠나고 싶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된다.
오늘도 아침 산책으로 얻고자 하는 것을 질문하고 걷는다.
아침 공기는 내 폐부에 들어와 맑은 기운을 남기고 돌아 나갔다.
하루의 시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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