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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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일곱 번째 산책

천진 김 2022. 8. 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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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나는 자신과의 타협과 사이에서 갈등한다.
조금 더 잠을 청하고 일어나지 않을 것인지 아니면 떨치고 일어나 활동을 할 것인지 말이다.
그래도 근래에는 활동을 하는 쪽으로 결정하는 일이 많아졌다.
나 스스로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좋은 습관을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아침 산책을 시작한 것이 백일에 가까워 가고 있다.
늦게 잠이 들 때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억지로 일어나 강행하다보니 하루종일 비몽사몽일 때도 있다.
그래도 게으름의 의지를 강하게 몰아부쳐서 이번에는 습관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
제법 그럴싸한 루틴이 되어가는 듯 하다.
오늘도 여전히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하다 몸을 일으켜 세우는 나의 의지를 만나며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길을 나서고 만나는 새벽 공기는 상쾌하고 시원하다.
이제는 말복을 지나고 어느덧 처서를 바라보고 있다.
옛 사람들의 지혜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계절의 순간을 느낄 때마다 한다.
여름의 마지막 더위라는 말복을 지나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까지 다가오니 정말 한 동안 찌는듯이 더웠던 날이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졌다.
아직 낮에는 늦 더위가 떠나는 것이 아쉬어 성을 내지만 말이다.
이제는 가을을 맞을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오늘 나의 산책 속 물음은 아들에 관한 것이 었다.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가지만 머릿 속을 붙들어 잡는 생각들이 있다.
아들은 15년간 하던 축구를 그만두고 다른 것을 하겠다고 선언한 후 두달 가까이 집에 있다.
부모로서 아이의 미래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조언해야하는지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아직은 젊으니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고 앞으로도 많은 길이 열려 있을 것이라고 아내는 말한다.
나와 아내의 생각은 조금씩 다르다.
나는 아들이 포기하는 이유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이것으로 잘 된다는 보장이 없어서 그만하고 싶다고 아들은 말했다.
지금까지 하던대로 한다면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이다.
어릴적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나 또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회는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그냥저냥 흘러가는데로 시간을 보내고 평범한 이들과 똑같이 행동하면서 막연히 미래를 상상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면 내가 꿈꾸는 미래가 다가올 거라는 막연한 상상을 한 것이다.
그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는 것에 대한 정확한 지침을 알지 못 한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제는 그 최선이라는 말의 참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최선이란 단어는 내가 가진 것을 포기하고 매진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그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 착각이, 아니 그 핑계가 평범한 시간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래서 아들의 결정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나의 전철을 밟아가는 듯 보이는 것이다.
앞서갔던 인생 선배로서 아들에게 조언하는 것이 맞는지 기다려주는 것이 옳은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아들이 아닌 타인이라면 충고하기가 쉬울 것 같아.
내가 던진 말들을 그가 하던 안하던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들에게 조언을 던지고 하지 않으면 나는 아들에게 실망할 것이고 멀어질 것 같은 마음이다.
이런 생각들이 머릿 속에서 아우성 쳤다.
누군가 길을 알려주면 좋겠는데 조언을 구하면 다들 말한다 기다려주라고 아들의 인생이라고 말이다.
하긴 그 시절의 나도 아버지가 해주시는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어떤 인생의 조언도 본인이 느끼지 못하면 잔소리일 뿐이니까
내가 가진 아들에 대한 기대를 비우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그렇게 기다리다보면 스스로 좋은 결정을 할 것이다.
자신의 결정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배우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나는 나의 인생을 아들은 아들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오늘도 나의 인생을 나의 속도에 맞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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