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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장일기
소년이 온다 본문

이 책을 구매하는 것을 많이 망설였다. 한강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그 책들이 서점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면서 품귀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다 김정윤작가님의 브런치에서 '한강 디에센셜'이라는 책을 보고 그 책을 구매해 읽었다.
그 책에는 '소년이 온다'를 집필했던 이유와 노력에 대한 에세이가 실려있었기에 그 책이 궁금해졌다. 그길로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구매했다. '소년이 온다.'는 노벨문학상의 수상작이라고 한다.
이 책의 줄거리는 518광주 민주화 운동을 바탕으로 했다.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한다. 무서움에 정대를 나두고 도망친 자신을 질책하며 정대를 찾겠다는 생각에 도청을 찾는다. 거기서 동호는 시신을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며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서 초를 밝히던 그는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날, 돌아오라는 엄마와 돌아가라는 형, 누나들의 말을 듣지 않고 동호는 도청에 남는다. 그날 상무관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죽거나 연행되어 고초를 겪는다.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삶을 살았다. 지키지 못하고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과 죽음가며 느꼈던 공포는 표현할 길이 없다. 그날의 주인공들과 주변사람들의 당일과 남겨진 아픔이 기록되었다.
5.18 민주화 운동은 내란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민주화 정권이 들어서고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면서 전두환이 민간인에게 총을 쏜 학살이라는 것이 확인되어 '민주화 운동'이라는 말로 불려지게 되었다. 지금도 북한이 가담하여 일으킨 폭동이라고 왜곡된 언사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는 한다.
1980년 당시 나는 국민학교 6학년이었던 것 같다.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고 모든 국민이 뉴스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으며 가뭇한 기억으로 장례 행렬을 뉴스로 보여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광주에서 공산당의 폭동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그 후로 오랫동안 518은 북한군의 소행으로 알고 지냈다. 군에 입대하면서 후임으로 전라도 광주에 사는 친구가 들어왔다. 그 친구는 김대중을 선생님이라 지칭하지 않는 것에 과민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는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지 못했고 너무 오바한다는 생각에 고참으로서 짓눌렀었다.
그때 그 친구는 말했었다. 김대중선생님은 광주학생운동의 지도자이며 영웅이라고 말이다. 당시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고 광주학생운동이 아닌 광주폭동이라 알고 있다고 했다. 그 친구는 자신의 눈 앞에서 가족이 총에 맞아 죽는 것을 어린 나이에 목격했다고 한다. 자신은 전두환을 만나면 찢여 죽여버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말을 할 때 그 친구의 눈에는 진짜 살기가 일었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고 잊고 있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영화와 과거사 바로잡기가 나왔을 때도 별 생각이 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친구의 얘기와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의 눈 앞에서 총을 맞아 죽어갔다던 삼촌의 얘기를 하면서 보이던 눈의 살기가 선명히 떠올랐던 것이다.
이 책의 동호는 자신의 눈 앞에서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했다. 그 모습에서 동호는 군대 후임과 비슷한 생각을 떠올렸을 것 같았다. 부정한 권력자의 욕심에 많은 민초가 죽임을 당했다. 한강은 이 책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책을 읽으며 그만한 가치가 있는 글이라 생각되었다. 우리가 잊지 말고 보듬어야 할 아픔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지는 않았다. 무엇이 가슴을 울리는 글인지보다 소설의 내용에 충실하고 싶었다. 다른 검색에서 좋은 문장이라 기록된 것들을 적어 둔다.
비가 올 것 같아.
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정말 비가 쏟아지면 어떡하지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청 앞 은행나무들을 지켜본다
흔들리는 가지 사이로 불쑥 바람의 형상이 드러나기라도 할 것처럼.
공기 틈에 숨어 있던 빗방울들이 일제히 튕겨져나와,
투명한 보석들같이 허공에 떠서 반짝이기라도 할 것 처럼
너는 눈을 크게 떠본다. 좀 전에 가늘게 떴을 때보다 나무들의 윤곽이 흐릿해 보인다.
언젠가 안경을 맞춰야 하려나.
네모난 밤색 뿔테 안경을 쓴 작은형의 부루퉁한 얼굴이 떠올랐다가,
분수대 쪽에서 들려오는 함성과 박수 소리에 묻혀 희미해진다. p7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게 아니라는 듯이. p17
분수대에서 물이 나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벌써 분수대에서 물이 나옵니까. 무슨 축제라고 물이 나옵니까 p69
학살자 전두환을 타도하라.
뜨거운 면도날로 가슴에 새겨놓은 것 같은 그 문장을 생각하며 그녀는 회벽에 붙은 대통령 사진을 올려다본다. 얼굴은 어떻게 내면을 숨기는가, 그녀는 생각한다. 어떻게 무감각을, 잔인성을, 살인을 숨기는가. p77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 병에 네가 꽂은 양초 불꽃들이. p102
양심.
그래요, 양심.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p114
기억해달라고 윤은 말했다. 직면하고 증언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삼십 센티 나무 자가 자궁 끝까지 수십번 후벼들어왔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소총 개머리판이 자궁 입구를 찢고 짓이겼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하혈이 멈추지 않아 쇼크를 일으킨 당신을 그들이 통합병원에 데려가 수혈받게 했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이년 동안 그 하혈이 계속되었다고, 혈전이 나팔관을 막아 영구히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타인과, 특히 남자와 접촉하는 일을 견딜 수 없게 됐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짧은 입맞춤, 뺨을 어루만지는 손길, 여름에 팔과 종아리를 내놓아 누군가의 시선이 머무는 일조차 고통스러웠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몸을 증오하게 되었다고, 모든 따뜻함과 지극한 사랑을 스스로 부서뜨리며 도망쳤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더 추운 곳, 더 안전한 곳으로. 오직 살아남기 위하여. p167
특별하게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다.
처음 자료를 접하며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연행할 목적도 아니면서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살상들이었다. 죄의식도 망설임도 없는 한낮의 폭력. 그렇게 잔인성을 발휘하도록 격려하고 명령했을 지휘관들. p206
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피 흘리는 사람을 업어다 병원 앞에 내려놓고 황급히 달아난 공수부대원이 있었다. 집단발포 명령이 떨어졌을 때, 사람을 맞히지 않기 위해 총신을 올려 쏜 병사들이 있었다. 도청 앞의 시신들 앞에서 대열을 정비해 군가를 합창할 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된 병사가 있었다.
어딘가 흡사한 태도가 도청에 남은 시민군들에게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총을 받기만 했을 뿐 쏘지 못했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 왜 남았느냐는 질문에, 살아남은 증언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상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 그 도시의 열흘을 생각하면, 죽음에 가까운 린치를 당하던 사람이 힘을 다해 눈을 뜨는 순간이 떠오른다. 입안 가득 찬 피와 이빨 조각들을 뱉으며,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밀어올려 상대를 마주 보는 순간.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전생의 것 같은 존엄을 기억해내는 순간. 그 순간을 짓부수며 학살이 온다, 고문이 온다, 강제진압이 온다. 밀어붙인다, 짓이긴다. 하지만 지금, 눈을 뜨고 있는 한, 응시하고 있는 한 끝끝내 우리는... p212 - 213
그 경험은 방사능 피폭과 비슷해요, 라고 고문 생존자가 말하는 인터뷰를 읽었다. 뼈와 근육에 침착된 방사성 물질이 수십년간 몸 속에 머무르며 염색체를 변형시킨다. 세포를 암으로 만들어 생명을 공격한다. 피폭된 자가 죽는다 해도, 몸을 태워 뼈만 남긴다 해도 그 물질이 사라지지 않는다.
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아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p207
- 출처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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