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장일기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본문

독서가 주는 힘/2020년 독서록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천진 김 2020. 6. 8. 08:50
728x90

2020년 쉰 아홉번째 책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어쩌면 누구나 느끼고 경험하고 사랑했을 이야기

저자   강세형

출판  쌤앤파커스 | 2013.1.29.

 

 


스무 살 무렵, 나도 그런 착각을 했다. 하지만 그 시절 매일 붙어 다니던 친구 중 지금은 연락조차 안 되는 친구도 있다. 물론 그 시절 친구 중 지금도 가깝게 지내는 친구 또한 분명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조금은 다른 관계로.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 영원히 함께일 거라는 생각’은
착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 영원히 연락하며 지낼 거라는 생각’은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 영원히 지금과 같은 관계로
함께일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 맞다.

사람은 변하니까. 상황은 달라지니까. 그렇게 관계 또한 달라지니까.
-《친구의 연애》 중에서

어쩌면 가장 슬픈 순간, 관계에 있어 가장 슬픈 순간은, 그런 순간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마음에 부러 생채기를 내며 독기를 내뿜는 순간도, 눈물 흘리며 다투고 매달리고를 반복하는 격정의 순간도, 그리고 끝내 이별을 맞이하는 순간도 아닌, ‘찬란히 반짝이던 사랑의 불빛이 소멸되는 순간, 그 소멸을 직시하게 되는 순간.’
그래서 나는 조금 슬퍼지고 말았던 것 같다.

왠지, 보고 싶지 않은 순간을 봐버린 느낌.
왠지, 보지 않아도 될 순간을 봐버린 느낌.

가로등이 꺼지는 순간.
빛을 잃은 그림과 다시 마주하던 순간.
그리고,
더 이상 반짝이지 않던 그 사람을, 처음 깨닫게 된 순간.

그렇게 내 안의 가로등 하나가, 꺼지는 순간을.
-《소멸의 순간》 중에서

우리는 누구나 내가 가지지 못한 타인의 것을 부러워한다.
그런데 나는 그 많은 타인의 것들 중,
굳이 내가 절대 가질 수 없는 것만을 딱 집어 부러워했던 건 아닐까?

그래야 핑계 댈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안 되는 거라고, 내가 잘 못하는 건 다 그래서라고 스스로를 속이기도 쉬우니까. 다른 길은 못 본 척, 내가 들어갈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는데도 그쪽은 왠지 힘들어 보여 못 본 척. 그러곤 굳이 내가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길만을 바라보며 ‘좋겠다, 너희들은. 통행증이 있어서. 나도 그 통행증만 있었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투정과 핑계를 늘어놨던 건 아닐까?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야겠다.
내일은 조금 더 오래 앉아 있어야겠다.

나에겐 이제 조금 다른 부러움이 생겼으니까.
어쩌면 이번엔 나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에 대한 부러움.

그래서 어쩌면 지금부터가 더 힘든 싸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 싸움에선, 더 이상의 핑계는 통하지 않을 테니까.
-《나는 참 평범하구나》 중에서

관찰하고, 사색하는 시간.
나는 그것을 잊고 있었다.
마음이, 너무 바...빠서.

컴퓨터 모니터에 하얀 한글창을 띄워놓고 있으면, 뭐라도 빨리 써야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맘에 들지 않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지치면 ‘오늘도 공치면 안 되는데.’ 마음이 또 바빠졌다. 그럼 책이라도 보자, 영화라도 보자, 뉴스라도 보자, 신문이라도 보자, 음악이라도 듣자, 팟캐스트라도 듣자, 쉴 새 없이 내 안에 정보들을 쑤셔 넣어댔다. 말 그대로 쉴 새 없이. 심지어 잠들기 직전까지도 정보를 쑤셔 넣어대,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아팠다. 어떤 날엔 하루 종일 두통이 가시질 않았다. 나는 몰랐던 거다. 그것이 입력되는 정보의 홍수로 인한 과부하였다는 걸. 내 삶에서 사라진 ‘멍 때리는 시간’을 나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다.
마음이, 너무 바빠서.
-《마음이, 너무 바빠서》 중에서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나는 가끔 두렵다. 단순한 육체의 늙음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늙을까봐. 내가 변할까봐. 지금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잃게 혹은 잊게 될까봐.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어도 절대 저렇게 되진 않을 거야.’ 했던 누군가의 모습으로, 내가 되어 있을까봐.

나는 10년 후 20년 후 그보다 더 후에도,
글을 쓰고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내가 꿈꾸는 글을.
나는 10년 후 20년 후 그보다 더 후에도,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

어쩌면 나는 아직,
지금의 내가 꿈꾸는 글은
쓰고 있지도 못하고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10년 후 20년 후 그보다 더 후의 내가
지금의 나에서, 지금의 기준으로, 더 후진 사람이 되어 있지 않기를.

그래서 지금의 나를 알고 있는 누군가와
아주 오랜 시간 후 다시 마주하게 됐을 때,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에서

'독서가 주는 힘 > 2020년 독서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라이라마의 행복론  (0) 2020.06.23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0) 2020.06.15
불안  (0) 2020.06.01
플라톤의 대화편  (0) 2020.05.27
대학,중용  (0) 2020.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