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장일기

눈이 내린다. 가던 길을 멈추고 주변을 보라고 소슬소슬 내린다. 어디로 가는줄 모르고 달려가는 나에게 속삭인다. 잠깐만 멈춰 나 좀 봐 너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눈이 내린다. 잠시 멈춰 세상을 본다. 느리게 가야 볼 수 있는 세상이 나를 부른다.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아라고 말한다. 눈이 내린다. 내 가슴에 안도가 조금씩 쌓인다.

바람에 길을 잃고 헤메인다. 내 자리할 곳이 어디인지 알려주면 좋으련만 쉽사리 내 자리다 알려주지 않아 정착하지 못한다. 누군가 이 바람을 불러온 이는 어찌하여 너는 네자리를 찾지 못하고 흔들리느냐 단단한 길 위에서 네 쉴 곳을 찾으라.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꽃이 없다고 했다. 이리저리 바람에 흘러가는 너를 보니 알겠다. 굳건히 정착할 곳을 찾는 너는 강하다. 니 삶이 꼭 나와 닮아서 다행이다. 너를 보고 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수풀이 우거진 정글 속을 조심히 걷는다. 한발 한발 조심스런 발걸음을 방심하다 헛딛으면 수풀 속 숨어 있는 늪에 빠지기도 한다. 늪은 빠져나가려 아우성칠수록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우리의 인생도 잘 못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늪이되기도 한다. 움직일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 속에서 빠져나오려면 움직임을 멈추고 기다려야 한다. 힘을 비축하고 따사로운 햇빛이 찾아들어 늪의 수분을 날려주기를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시간을 기다리다 한 번의 힘을 쏟아부어 벗어나야 한다. 인생도 그렇다. 나에게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고 기다려야 한다. 부당함을 참고 어려움을 견디면서 힘을 비축해야 한다. 기다리다 한 번의 기회에 비축한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결과를 얻는 시간에는 기다림이 구할이다.

떨어지는 것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잊혀지지 않으려는 필사의 선택인 것일까? 자신의 주변을 붉게 물들이고 소리쳐 묻는다. 너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정열을 쏟아 붇고 아스라져가는 나를 잊지말아라. 천둥벌거숭이마냥 온 마음을 다해 빛추던 나를 말이다. 어스름히 떠올라 주변을 밝히고 온기를 전하던 나의 선택에 찬사를 보내주어라. 내 다시 몸을 일으켜 다시금 열을 다하고 주변을 밝히리라. 쓰러져 떨어지는 것들이 함께 소리치리라. 붉은 빛 성내는 너에게 뒤돌아 부르짖는 한숨일 뿐.... 내 너의 부끄러움에 살포시 내려 앉아 함께 내일을 준비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