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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즐거움/하루 한 꼭지

오늘 : 민원

천진 김 2024. 7. 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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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된다고 했는데 오늘 하늘은 흐리기만 할 뿐 비는 오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출근길에 올랐고 일상을 시작했다.

목요일은 큰 화분에 물을 주는 날이다.

사무실에 있는 해피트리와 여인초에 충분히 물을 주었다.

매주 반복하는 일이라 잘 빼먹지 않고 있다.

내 정성을 아는지 화초는 열심히 새순을 피워내고 있다.

며칠 전부터 새 잎이 벌어지기 시작한 여인초는 다시 새순을 솟아 올리고 있다.

이 사무실에 부임하고 벌써 다섯 번째의 새순이 자라는 것이다.

잘 자라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새순을 계속 보여주고 있어서 더 기분이 좋다.

비가 내리지는 않지만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인지 객장에 손님은 뜸했다.

본사에서 지점별 실적 상황을 보내왔고 부진한 직원과 사무실에 대하여 보수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안내가 쓰여있었다.

다들 놀고 있는 것은 아닌데 생각하는 것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직원들이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지만 풀어놓으면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의 관리 방침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

언젠가는 내 의도와 마음을 알아주리란 기대를 하고 있다.

 

오늘 점심시간 전에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직원 한 명이 어제 처리를 해준 업무에 오류가 있었는지 고객과 전화로 실랑이를 했고 고객은 욕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우리는 고객과의 상대에서 약자에 머물 때가 많다.

고객이 원하는 업무를 처리해 주었지만 의도와 다르게 처리되면 고객은 화를 내고 민원을 제기한다.

민원이 제기되면 그 상황의 잘잘못 유무는 고려되지 않을 때가 많다.

고객만족이라는 가치가 먼저 적용되면서 고객에게 불편을 주었으니 해결하라는 강제만 내려온다.

그러니 잘못이 없어도 고객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민원이 발생하고 해결을 하지 못하면 고과 평가에서 감점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니 잘못한 게 없어도 고개를 조아리고 선처를 구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 번은 업무처리를 잘하고 가서 민원을 내셨던 분이 있었다.

업무를 처리하는데 직원의 응대가 자신을 깔보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는 민원이었다.

범죄를 저지르고 출소를 했던 고객이었는데 직원이 응대하는 상황은 다른 고객과 별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고객은 기분이 나빴다고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몇 번을 전화하고 사과의 말을 해도 받아주지 않고 민원을 풀어주지 않았다.

 

또 한 번은 고객의 명백한 실수였고 해결하는 방법을 안내해 드렸다.

법적으로 우리도 안내를 해드리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고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고객은 민원을 제기했고 자신의 뜻대로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고집을 부렸다.

우리로서는 해결해 줄 수 없는 민원이었고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본사에서는 민원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감점을 받아야 했다.

 

그런 일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억지스러운 일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억지스러운 일은 초기에 대응을 잘하면 발생하지 않기도 한다.

해당 직원을 불러 자초지종을 듣고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민원을 해결을 했다.

그리고 직원에게 말했다.

근무연차가 오래된 직원이었고 어느 정도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가 약자가 된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 그렇게 응대를 하면 안 된다고 타일렀다.

우리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고 잘못하지 않았어도 약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출근길에 집에 자존심을 잠시 두고 나와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나의 입장에서 옳다고 말하기보다 상대의 입장에서 옳은지 생각해야 한다고도 말해주었다.

우리 자신은 스스로 한 일에 대하여 자긍심을 가지고 있고 잘못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을 방어하려고 상대의 말과 행동에서 당위성을 만들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상대의 화를 돋우게 되기도 한다.

자신이 잘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쉬운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게 된다.

상대는 나에게 화가 난 상황이고 나는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는지 모른다면 상대에게 물으면 된다.

어떻게 해주면 좋은지 물어서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다면 쉽게 해결이 된다.

기업이 고객만족이라는 가치에 힘을 주면서 가족의 상처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 좋지는 않다.

그래서 세상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억지를 부리는 고객에게는 직원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조치하고 오히려 그런 고객을 처벌하도록 법이 바뀌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법 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이 있듯이 모든 기업이 그 법을 적용하고 직원을 보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고객만족이 최우선의 가치라고 직원을 약자로 만드는 기업주들이 있다.

기업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직원이 조금 상처받는 것도 감수할 수 있다는 영업방침을 유지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 곳에서는 스스로가 피폐해지는 정신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비울 수 있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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