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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주는 힘/2021년 독서록

일리아스

천진 김 2021. 6. 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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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쉰 번째 책

일리아스(원전으로 읽는 순수 고전 세계)

저자   호메로스 | 역자 천병희

출판   | 2015.6.20.

 

 

 


정말 읽는데 오래 걸린 책이다.

약 두달가량 걸린 것 같다.

책의 두께에 놀라서 사고도 책장에 모셔두었다가 큰맘먹고 읽어냈다.

저자에 대한 경의로움이 드는 책이다.

전쟁의 순간을 이렇게 세밀하고 길게 저술할 수 있다는게 놀랍다.


그들은 저녁 식사와 달콤한 잠을 즐길 참이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사랑하는
전우를 생각하며 울었고, 모든 것을 정복하는 잠도 그만은 붙잡지 못했다.
그는 누워서 이리저리 뒤척이며 파트로클로스의 남자다움과 고상한 용기를 그리워했다.
아아, 전사들의 전쟁과 고통스런 파도를 헤치며 그와 더불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고,
얼마나 많이 고생했던가! 그는 이런 일들을 생각하며 때로는 모로 누웠다가
때로는 바로 누웠다가 또 때로는 엎드리기도 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다 그는 벌떡 일어나 바다의 기슭을 정처 없이 거닐었고,
새벽의 여신은 그가 모르게 바다와 해안 위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러면 그는 날랜 말들에게 전차 밑에서 멍에를 얹고는
끌고 다니기 위해 헥토르를 전차 뒤에 매달았다.
그러고는 헥토르를 끌고 죽은 파트로클로스의 무덤을 세 번 돌고 나서 다시
막사로 돌아와 쉬었고, 헥토르는 먼지 속에 엎드러져 길게 누워 있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러나 아폴론이 헥토르를 불쌍히 여겨 죽었어도 그의 살을 온갖 손상에서 지켜주었으니,
그는 황금 아이기스로 그의 온몸을 덮어 아킬레우스가 끌고 다녀도
그를 찢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이처럼 아킬레우스가 분을 못 이겨 고귀한 헥토르를 욕보이자 축복 받은 신들은
헥토르를 보고 불쌍히 여겨 훌륭한 정탐꾼인 아르고스의 살해자에게
그의 시신을 빼내도록 재촉했다. 그리하여 다른 신들은 모두 이에 찬성했으나
헤라와 포세이돈과 빛나는 눈의 처녀에게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중략)

한편 프리아모스는 바퀴가 잘 구르는 노새 짐수레를 준비하고 그 위에 버들고리를
매어두도록 아들들에게 이르고 나서 자신은 삼나무로 만들어 향기가 그윽한
방으로 들어갔는데 지붕 높은 이 방 안에는 보물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는 아내 헤카베를 부르며 말했다.
“여보! 제우스에게서 올륌포스의 사자가 와서 내게 이르기를,
아킬레우스의 마음을 즐겁게 해줄 선물들을 가지고 아카이오이족의 함선들을 찾아가서
사랑하는 아들을 몸값을 주고 돌려받으라 했소. 그러니 자, 이 점에 대해
당신의 마음속 생각을 말해보시오! 나로 말하면 아카이오이족의 함선들을 찾아가서
넓은 진영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과 마음이 너무나 간절하오.”
이렇게 말하자 그의 아내는 흐느껴 울며 이런 말로 대답했다.
“아아! 이방인들과 당신이 다스리는 백성들 사이에서 전에는 그토록 명성이 자자하던
당신의 지혜는 대체 어디로 갔지요. 당신의 용감한 아들들을 수없이 죽인
그 사내의 눈앞으로 혼자서 아카이오이족의 함선들을 찾아가시려 하다니!
당신의 심장은 진정 무쇠로 만들어진 모양이구려. 만일 당신이 그자의 눈에 띄어
붙잡히게 되면 그자는 야만적이고 믿을 수 없는 자라 당신에게 동정...심이나
존경심이라고는 추호도 갖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홀에 앉아 멀리서 그 애를
애도하도록 해요....” (중략)

그는 먹고 마시는 일을 이제 막 끝냈고, 그의 앞에는 아직도 식탁이 놓여 있었다.
위대한 프리아모스는 그들 몰래 안으로 들어가서는 가까이 다가가 두 손으로 아킬레우스의
무릎을 잡고 자기 아들들을 수없이 죽인, 남자를 죽이는 그 무시무시한 두 손에
입 맞추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무서운 미망(迷妄)에 사로잡혀 고향에서 사람을 죽이고
이방의 어떤 부잣집으로 피신하게 되면 그를 본 사람은 누구나 깜짝 놀라듯이,
꼭 그처럼 아킬레우스는 신과 같은 프리아모스를 보고 깜짝 놀랐고 다른 사람들도 놀라서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그에게 프리아모스는 이런 말로 애원했다.
“신과 같은 아킬레우스여, 그대의 아버지를 생각하시오! 나와 동년배이며 슬픈 노령의
문턱에 서 있는 그대의 아버지를. 혹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그분을 괴롭히더라도 그분을
파멸과 재앙에서 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오. 그래도 그분은 그대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날이면 날마다 사랑하는 아들이 트로이아에서
돌아오는 것을 보게 되기를 고대하고 있을 것이오. 하나 나는 참으로 불행한 사람이오.
드넓은 트로이아에서 나는 가장 훌륭한 아들들을 낳았건만 그중 한 명도 안 남았으니
말이오...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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