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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병 이야기 1

천진 김 2021. 7. 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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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나는 비를 맞으며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상념에 젖는 것은 좋지만 거리를 걸으며 우산을 쓰고 비를 맞으며 어딘가를 다니는 것은 싫다.
바지단을 적셔오는 그 느낌이 정말 싫다.
어려서 장대비가 내리던 날
나는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해대며 소리쳤다.
왜 나에게는 어떤 재능도 주지 않았고 좋은 연인을 가질 능력도 주지 않았느냐며 하나님, 하늘님 등에게 원망했었다.
이제와 생각하니 모든 문제는 나에게 있었는데 엉뚱한 곳에 넋두리를 해댄 것이다.
나는 소심하고 고리타분한 사람이었다.
수박의 겉을 핧트며 달다고 말하는 것처럼 책을 읽으며 그대로 인생이 가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책의 가르침대로 행동하려고 시도해보지도 않으며 책을 읽어서 배웠는데 왜 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걱정한 것이다.
그런 앝은 지식이 나를 병들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얻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삶을 살아가며 쓰러지지 않으려 버텨낸 힘이 그 옅은 지식으로 비롯된 것을 잘 안다.
박학다식이라는 미명 아래 폭넓은 지식을 얻기를 바라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화를 리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에게 얻어진 명칭은 잡학다식이며 아는 체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도 나는 안다.
가끔 알지도 못하는 것을 아는 것처럼 나서는 자신을 붙들지 못한 못난 나의 거짓이 한 목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의 아는체는 병처럼 나를 파고들었다.
박학다식한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에 어떤 대화에서도 모르는 것이 없고 책에서의 경험도 나의 경험인양 얘기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말의 앞뒤가 맞지 않기도 하고 이전에 한 이야기를 맞추기 위해 새로운 거짓을 덧 씌어야만 했다.
나는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되었다.
이 거짓이 계속해서 쌓이면 나는 무너져 내릴 것이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나는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 모른다고 말하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가끔 아는 체병이 도지기도 한다.
그 증세가 나타나면 바로 약을 먹는 듯 다시 말한다.
잘 모르겠다고 말이다.
나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나의 문제를 나열해야 할 것 같다.
나의 첫 번째 큰 결점은 아는 체하는 병이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집중해서 듣지 못하고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와 말이 많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 그리고 다른 이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내가 타인이 얘기하는 화제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증 말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부분만 책에서 얻어냈지만 옳지 않은 것을 발췌한 것이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말한다.
옳은 방향의 것을 얻었어야 했는데 책에서 얻은 것이 무작정 옳다는 생각에 검증하지 않고 지금까지 가지고 왔던 것이다.
그것이 내게 관념처럼 굳어져 정답이 되어 있던 것이다.
그래서 타인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렇게 나는 고립되어 갔던 것이다.
내가 걷어내야 하는 첫 번째 과제는 이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병명 '아는 체' 말이다.
모르는 것은 배우면 되는 것이지 수치가 아니다.
그 사람이 모르는 것을 말하면 무엇인지 물어서 배우는 것이 그 사람과 관계를 결속하는 방법이 된다.
섣불리 아는 체를 하면 관계는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의 지병을 고쳐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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