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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즐거움/그냥쓰기

네번째 산책

천진 김 2022. 5. 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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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산책을 하겠다는 결정을 하고 실행하고 있다.
아람을 맞추는 것을 잊고 잠들었는데 눈을 뜨니 예정했던 시간보다 조금 늦은 시각이었다.
나의 뇌는 게으름이라는 익숙한 신호를 보내왔다.
이미 나와 약속한 시간을 넘겼는데 그냥 조금 더 자.
뭐 별거 있어 오늘은 조금 더 자고 내일 다시 하면 되잖아.
그런다고 안하는거는 아니잖아.
나를 흔들리게하는 달콤한 속삭임이었다.
매번 그 속삭임에 빠져서 출근시간이 임박할 때에서야 몸을 일으키는 날들이 많았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유독 달콤하게 유혹하던 뇌에게 그래도 일어나 동네라도 한 바퀴 돌고 오자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욕실로 가서 세수를 했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나가야하는 짧은 선택을 미루게 될까 봐 되도록 운동복 바지를 입고 잠이 든다.
그렇게 문을 열고 거리로 나왔다.
이런 날의 산책은 같은 길을 가는 것보다 가보지 않은 길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
이제는 제법 큰 도로가 난 길이지에 인도를 따라 터덕터덕 걸었다.
며칠간 산책을 하며 길가에 피어 있는 들꽃을 찾는다.
지금까지 둘러보지 않아 그런 것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길가에는 색색의 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어떤 꽃인지 검색을 하면 순식간에 이름을 알려준다.
그냥 이쁘다는 느낌으로 보고 지나치던 것을 이름은 무엇이고 그 꽃말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더 정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꽃을 찾아낼 때마다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오늘은 어떤 꽃이 어떤 모습으로 내게 다가올지 궁금증을 갖게 하는 것이다.
길가에 외롭게 홀로 피어있는 작약을 보았다.
주변에 어떠한 꽃도 자리하지 않았는데 녀석은 어떻게 그곳에 터를 잡았을까?
산들바람 부는 곳에서 혼자 외로이 버텨내는 것을 보면서 외로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내년의 그 자리에는 자신의 자식들로 군락을 이루게 될지도 모른다.
처음 시작은 홀로 외로웠지만 굳굳이 버텨낸다면 대가를 이루기도 하는 인간사처럼 말이다.
오늘은 나무 틈에 숨어서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도 들었다.
무엇이 아침부터 분주한 지 재잘거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꽃들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꿀을 따는 벌들도 있었다.
내가 느긋하는 동안 많은 것들이 분주히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도 동네 한 바퀴 산책을 의미 있게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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