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알람 소리에 소스라쳐 놀란다.
잠시간의 내적 갈등을 겪으며 어찌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대부분의 나의 결정은 5분만이라는 쉬운 결정을 선택한다.
오늘은 알람이 울리며 나의 쉬운 결정을 어렵게 만들었다.
구심의 권유와 나를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 산책을 하기 위해서였다.
처음 시작은 언제나 어렵다.
이미 물들어 있는 나의 뇌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굉장히 보수적이고 거부감을 갖는다.
첫날의 시작은 산뜻했다.
전날 낮에 산책길을 답사하고 천천히 거리와 시간을 가늠해 두었기에 그리 낯설지 않았다.
천천히 아파트를 나와서 천보산 입구에 다다랐다.
지나오는 길에는 아카시아 나무에 꽃내음이 가득했다.
초입을 지나 산길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제 삶을 다하여 힘없이 늘어져 있는 연산홍 꽃들이 너저분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한동안 이 길을 걷는 이들에게 얼마나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을지 마지막 불꽃을 피우는 녀석들을 보면 알 것 같다.
산길 양쪽에 활짝 피어서 가는 길을 빛내주었을 것이다.
내가 이 산책을 일찍 시작했다면 그들의 아름다운 자태에 행복하고 신이 났을 것 같다.
첫날의 산책은 모르고 지나쳤던 많은 것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이곳에 어린아이들을 위한 숲 속 체험길이 있다는 것도 많은 들꽃들이 있다는 것도 말이다.
짧은 산책길이지만 강박을 버리고 느리게 걷는다는 생각을 실천한 하루였다.
지금까지 가진 것을 지키고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 아등바등하던 내 모습은 여유로움 속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니 이건 거짓말이다.
내가 가지고 싶은 생각일 뿐이다.
비우는 삶이라는 것이 쉽게 된다면 모두가 성인이 될 거다.
그렇게 짧지만 긴 산책을 끝냈다.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벼워졌으나 이내 고통이 찾아왔다.
가슴의 무거움이 내려앉아 이내 장을 자극하고 말았다.
참아야 한다는 다른 명제를 가지고 마지막을 힘겹게 돌아왔다.
젠장 시작은 멋스러웠는데 아직 준비가 덜되어 생리적 욕구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래도 시작했다는데 의미를 둔다.
겪어 나가다 보면 익숙해지고 조절하는 힘이 생길 테니까
2022.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