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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장일기
토지5권 본문
5권부터 2부가 시작되었다. 마로니에북스에서 구분한 5권에는 제1편 '북구의 풍우' 전체 17장과 제2편 '꿈속의 귀마동' 7장까지가 담겨있다. 2부에서는 이야기의 무대가 완전히 바뀌었다. 섬진강 구비에 있던 평사리는 이제 먼 얘기가 되었다. 일행이 부산에서 배를 타고 간도까지 온 정착 과정은 구구절절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다.
어찌 된 일 일까? 평사리의 넓은 땅을 모두 버리고 나왔음에도 서희는 여전히 부(富)하다. 그들이 자리 잡은 곳은 용정이라는 곳이다. 진작부터 용정에 있던 월선의 삼촌 공노인은 일행의 정착에 큰 도움이 되었다. 서희의 재산이 어찌 형성된 것인지 어리둥절 했으나 5장에 이르니 알겠다. 다만, 알기는 하겠는데 참 용타는 생각이 든다. 결과가 그래서 그런 것인지 우째 그리 쉬워 보이는지...
그러면 서희가 어떻게 하여 부자가 되었는가.
...
신용 하나가 밑천인 공노인은 서희에게 둘 없는 좋은 길잡이였다. 윤씨부인이 농발 대신 괴어두었던 막대기 속에 숨겨두었던 금은을 국자가 청인에게 주선하여 거금 삼천 원을 만들어준 것도 청국말에 능하고 그 쪽 사회에 면식이 많은 공노인이었다. 자금 삼천 원을 굴리는 데 적절하게 주선한 것도 역시 공노인이었다.
...
안방에 앉은 서희는 촉수와도 같은 그 예리한 신경을 사방으로 뻗쳐 삼 년 동안 자본을 두 배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공은 서희의 굳은 의지와 정확한 판단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지만 공노인의 성실한 주선과 손발이 되어 움직여준 길상의 존재가 없었던들 가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재산을 크게 비약시킨 결정적인 기회는 청나라 상부국(商埠局)에서 토지를 매입했던 그때다.
...
평당 칠 원에 산 팔백 평은 사백 평을 십사 원에 팔고 나머지 사백 평은 처분 못한 채 상부국의 토지 매수는 중지되었다. 평당 십오 원까지 치솟는 땅값을 감당 못한 상부국은 부득이 중지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서희는 두 번째 투자에서도 투자액을 빼고도 사백 평의 땅을 얻은 셈이다. 이때 토지 투기로 일확천금을 꿈꾸며 자기 자본은 물론 빚까지 끌어들여 토지를 샀다가 미처 처분 못한 사람들 중에는 도산자가 속출했고 용정촌에는 한때 경제공황까지 빚어졌던 것이다. 서희는 운이 좋았다.
할머니 윤씨가 예비해둔 비상금 + 공노인의 도움 + 서희 자신의 예리한 판단력 + 손발이 되어 움직여준 길상의 존재는 서희의 잠재력이자 물리적, 인적 자산이었다. 그러나 종국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딱 이 한마디로 압축된다. '서희는 운이 좋았다.'
김생원이 세들어 살고 있는 시골집의 막내인 정호는 송장환 선생이 가르치는 학교에 다닌다. 청과 왜에 맞서 조선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민족 학교다. 싸우기 위해 글을 배워야 한다는 가르침에 대해 정호는 김생원의 말을 들어서 반박 질문을 한다. 이완용과 그 일당은 글을 몰라서 나라를 팔아먹은 것이냐며... 학문은 칼이 아니니 싸우는데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냐며...
송선생은 답한다. 학문이란 사람을 옳게 가도록 하는 길잡이지만 도적의 방편이 되기도 한다. 성현의 길을 배웠어도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모르면 안된다. 그들이 도둑과 합세하여 나라가 망한 것이라며...
첫째는 왕실, 왕실은 왕실의 안녕만을 위해 백성을 배반했다. 둘째는 고관대작, 일신의 영달과 일문의 무사태평을 위해 백성을 배반했다. 셋째는 선비들, 제 한 몸 닦기 위해 청탁(淸濁)만을 가려 백성들을 이끌지 못했으니 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배움에의 길은 내나라를 위한 것, 내 겨레를 위한 것, 총도 될 수 있고 칼도 될 수 있고 분필도 될 수 있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제대로 배우면 그게 내나라 내 겨례를 위한 총도 되고 칼도 되는 것이다. 라며...
평소 생각하는 일입니다만
이곳에 와서 운동을 하고 계시는 분들 대부분이
국가와 왕실을
분리해서 생각지 않는 모양이더군요
독립운동의 한계였다. 왕실의 안녕만을 위해 백성을 배반한 그 왕실을 여전히 국가와 동일시 하고 있는 의식들. 조선왕조를 복원하려는 게 아니고 우리 민족 우리 온겨례를 위한 나라를 복원하려는 노력으로 아직 제대로 발전하지 않았던 시기였을 것이다.
길상은 스물일곱 청년이다. 얼굴은 준수하고 일처리 능력도 좋다. 상황판단을 하는 식견도 있고 사람도 잘 부린다. 그는 딱 한번 서희의 곁을 떠난 적이 있다. 윤보와 함께 의병활동에 나섰을 때였다. 윤보가 주동이 된 의병활동은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 들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였던 윤보가 죽자 그대로 빛을 잃었기 때문인데...
윤보가 죽어갈 때의 마지막 모습이 1부에서는 없더니 2부 1권에서 조금은 더 상세히 나온다.
육신에 속아서 사람은 죽는다꼬 생각하는 기라요. 불쌍한 인생들, 나는 죽는 기이 아입니다. 가는 기라요. 육신을 헌 옷같이 벗어부리믄 그만인데, 내사 마, 헐헐 날아서 가는 기라요.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기라요. 거기 가믄 양반도 없고 상놈도 없고 부재도 없고 빈자도 없고 불쌍한 과부도 없고 홀애비도 없고 부모 잃은 자석도 없고 자석 잃은 부모도 없고 왜놈도 조선놈도 없고…… 그랬이믄 얼매나 좋겄소? 그라믄 나는 콧노래나 부르믄서 집이나 지을라누마요
철학자들의 말과 다르지 않다. 성인들의 말과 다르지 않다. 죽는 것이 아니다. 가는 것이다. 차별이 없는 세상 격차가 없는 세상 모두가 평등한 세상으로...
불쌍한 것. 널 어저면 좋지?'
아기새를 정성으로 돌봐주던 길상의 따뜻한 마음에도 새는 죽고 만다.
불쌍한 애기씨. 당신을 어쩌면 좋겠소... 라고 길상은 중얼거리고 있는 듯 하다.
누가 봐도 훈남이요 킹카인 길상이지만 스스로 한계를 짓고 있는 듯 하다. 본시 종은 아니었어도 최참판댁에 들어와 종으로 살아온 그가 무엇을 넘볼 것인가. 시키는 모든 것을 다한다지만... 그것, 그것만은 아니 될 말이라 생각한다.
서희의 부탁에 분노하는 이상현의 반응에 놀랐다. 그럴수는 있으나 말에 들어있는 지나침이 독자의 기분을 매우 상하게 한다. 대면하고 있던 서희는 얼굴 가득 모욕을 받기까지 했다. 서희의 뜻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어떤 사단을 일으킬지 알 수가 없다. 큰 갈등이 시작되고 있다.
1부에서도 그랬고 이야기 전체에서 다른 한 줄거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용이. 용정에 건너와서 그의 처지는 애매하다. 최서희 덕에, 길상이 덕에, 공노인 덕에, 월선이 덕에 살아간다. 그 자신 부지런히 제 몫을 하려 노력은 하지만 스스로는 당당하다 여기지 못하고 있다. 임이네의 존재는 그를 더욱 구차하게 만들고 있다. 용이는 떠나기로 결심했고 서희에게도 떠남을 알렸다. 서희는 분노한다.
인사하는 용이를 쌀쌀하게 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겠는데 용이로서는 서희 처사를 가혹하다 할 하등의 이유가 없고 원망하는 마음도 아니었지만 얼굴이 뻣뻣하게 굳어지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 자격지심과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대상도 분명찮은 분노 같은 것 때문인데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일은 아니었다.
삶이 엉키고 엉키니 그 속내가 자연히 복잡하다. 은혜가 있음도 알지만 원망도 있고, 그러나 그 원망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도 분명치 않다. 용이의 마음은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서희의 분노 또한 마찬가지였다. 용이를 앞에 두고 말은 하고 있지만 길상에게 하는 말이었다.
이제 평사리에서 함께 빠져 나온 이들의 삶이 차차 흩어지게 되는 것일까...
용정에는 큰 화재가 났었다. 많은 곳이 불타도 많은 이들이 거처를 잃고 떠나기도 했다. 서글픈 일이나 어떤 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된다. 서희 또한 마찬가지였고 다른 재력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용정 여기저기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캡을 쓰고 단쿠바지 입은 사내가 눈알을 굴리며 소리치는 것이었다.
캡? 으응??? 영어로 Cap? 이미 서양인들과의 교류가 많아서 당시에 이 같은 용어가 이미 널리 쓰여졌던 것인지, 저자 박경리 선생께서 60년대의 언어로 쓴 건지는 모르겠다. 내 추측으로는 일본을 통해서 발음이 구부러져 들어온 외래어 중에 하나로 이미 쓰여졌던 게 아닌가 싶다. 그냥 눈에 띄어서 밑줄이 절로 그어졌다. ^^;
공사장의 작업반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인부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나 보다. 시비가 붙었다. 지켜보고 있던 다른 한 남자가 갑자기 카메라 앵글 한가운데로 나선다.
사내는 주먹을 쥐고 박서방의 면상을 내리친다. 박서방이 퍼썩 쓰러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주갑이 달려간다. 어느덧 그는 사내 뒷덜미 양복 깃을 낚아챈다.
용이가 용정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이가 주갑이다. 첫 만남에서는 그냥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할 인물이 하나 더 등장했나보다 했는데, 이렇게 기분 좋은 장면을 만들어 낼 줄은 몰랐다. 이래서 이웃인 전기수리공님께서 유독 좋아하는 캐릭터가 되었나보다. 다음 권에서의 활약이 더 있을지는 두고봐야 겠다.
나도 그들과 함께 용정에 있다.
나도 그들과 함께 20세기 초를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서 인간사를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