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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장일기
토지6권 본문
6권에서는 2부 제2편 '꿈속의 귀마동' 8장에 서17장까지 제3편 '밤에 일하는 사람들'의 첫장에서 9장까지가 담겨있다.
용이는 임이네를 데리고 용정을 떠난다. 용정을 떠나는게 아니라 월선이를 떠나는거다. 홍이는 월선이에게 남겨둔다. 주갑이 함께 한다. 못이룬 첫사랑이지만 끈끈하게 이어온 사랑을 이제는 끊으려 하나보다.
이동진은 서희가 건네준 숙제를 하려 한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나보다. 김훈장의 노여움이 오히려 그의 마음을 대변한 것일 수도 있다. 곁에 있던 길상이 더 큰 목소리로 아니 될 일이라고 한다. 신분을 얘기하지 않는다. 순간 이동진과 김훈장은 무안한 척 안도했을 것이다. 길상은 하지만 다른 이유를 꺼냈다. 다른 이가 있다고 한다. 변명이다.
길상과 서희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다. 서희는 모두를 물리치고 길상만 대동하고 회령을 향한다. 병원에 가야한다고 한다. 뻔한 거짓말이다. 알려주지 않았어도 기어이 옥이네를 찾아가는 서희의 고집은 대단하다. 서희는 길상에게 줄 목도리를 산다. 취한 길상과 마주 한 서희는 어릴적 막무가내로 울어대던 그 모습이 튀어나온다. 거짓이었으나 결국 서희는 병원신세를 진다. 마차가 뒤집어져 큰 부상을 당했다. 이로써 길상의 마음이 조금은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다. 아직은 확실히 모르겠다.
3편에 이르러 무대는 잠시 간도를 벗어난다. 일본말을 배우기도 하면서 겸사겸사 서울에 있는 이상현에게 혜관이 들른다. 혜관은 이상현을 통해 간도 소식을 듣고, 그 소식은 김환에게 전해진다. 설에 고향으로 내려왔던 이상현은 진주에 들러 봉순에게도 소식을 전한다. 봉순은 기화라는 이름의 기생이 되었다. 간도 소식이지만 실은 길상의 소식을 들은 셈이다. 길상이 또래의 관수와 조준구의 모함으로 억울하게 죽었던 한조의 아들 석이가 동학에 합류하는 얘기가 펼쳐진다.
긴 얘기를 해서 뿐만 아니라 점점 더 영역을 넓혀 가는 것이 확실히 대하소설 답다. 한 권 한 편이 거듭 이어지면서 조금씩 조금씩 박경리 선생이 하고팠던 말들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듯이 이곳저곳에서 펼쳐진다. 이야기들의 이음새가 단단하다. 아직도 길게 남은 가야할 길이 전혀 지루할 것 같지가 않다.
서희가 풍기는 포스가 매우 강렬한듯하다. 서희를 보는 사람마다 말투가 바뀌고 자세를 고친다. 주요 인물이 대접을 받으니 독자도 괜히 즐겁기는 한데... 외양이 사람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기준이 되는듯해서 씁슬하기도 하다.
방문을 열고 얼굴만 내보인 옥이네는 서희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안색이 싹 변한다.
“어디메서 오셨습매까?”
서희는 눈시울을 치켜올리며 얼굴만 내민 옥이네를 응시한다. 포수가 짐승을 겨냥하듯이.
어렵게 사는 옥이네에 들어서는 서희의 무례함은 거칠 것이 없다. 저절로 옥이네는 두려움을 느낀다.
“나니카(뭐냐)?”
고개를 든 그도 서희를 보자 후닥닥 놀란 시늉을 하며 일어선다. 두 손을 싹싹 비비면서 비굴한 웃음을 띠며.
“나니가 고이리요데스카.”
무심코 말을 하던 가게의 일본인 사장도 서희를 보자 태도가 확 달라진다. ㅎㅎㅎ 통쾌한 느낌이 드니 나도 뭐라 할 수는 없다 ^^;
“방자하기가 들여우 같구먼.”
서슴없이 내뱉고는 아연해서 입도 다물지 못하는 여자를 내버려두고 들어간다.
나이도 한참 많은 여관주인에게 내뱉은 서희의 한마디다. 거만하고 안하무인이다. 그러나, 그 시대는 그런게 통하는 세상이었으니 이 시대의 눈으로 뭐라 할 수 있겠는가...
사발 속은 절반 이상이 줄어들었다. 쪼깐이집의 국밥, 무를 엇비슷이 썰어넣고 끓인 생대굿국이다. 석이 입에 쫄깃쫄깃한 대구 살이 달다. 젖빛깔이 방울방울진 고기는 입속에 들어가기가 바쁘게 녹는다. 향긋한 생파 내음, 사발의 바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발을 기울이며 남은 것을 아쉽게 퍼올리는 ...
거참 맛있겠다. 지금이야 각종 먹방TV프로그램들이 있어서 눈으로 직접 보면 된다. 하지만, 글로 이렇게 표현해도 눈으로 보는 것 만큼이나 혀를 자극하고 목구멍을 자극할 수 있다. 길게 표현할 필요도 없다. 보시다시피 간단하게 다섯문장으로 가능하다. 영상만으로도 모자라 현란한 자막까지 더해져 상상은 오염된다. 하지만, 소설의 글은 얼마나 순수한가...
석이네는 김이 서리는 빨래를 건져 통에 담는다. 방망이를 빨래 사이에 찌르고 바가지를 엎은 뒤 그것을 이고 자갈길을 달리듯 개천으로 간다. 얼음 밑으로 물 흐르는 소리, 심장을 가로지르고 가는 찬 바람, 얼음을 깬다. 방망이로 툭툭 얼음을 깬다. 바스라질 가랑잎 같은 몸이 귀신이 씌어서 춤을 추는 무당처럼 일을 한다. 마음이, 독기(毒氣)가 얼음을 깬다.
‘일이 보배지. 하모 일이 보배고말고.
‘명천에 하나님네. 우리 석이 수명장수 비나이다. 비명횡사 아비 몫까지 살게 하소서. 재앙은 물 아래로 가고, ’
빨래 일감을 받아서 생계를 이어가는 석이네의 모습이다. 이 몇줄만 읽어도 얼마나 고된 삶인지 알만하다. 찬 바람이 심장을 가로지를 때 깨지는 것은 얼음 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 서러움이 이루 말할 수 있으랴. 저절로 독기가 서린다. 그러면서도 감사하는 삶이다. 일이 보배지... 게다가 축복까지! 어디 다른 곳에서 명상수도하며 깨달음을 얻으려 용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 시대에는 어디서 어떻게 가능할까 싶기는 하다...
세상이 달라지야 하는 기라, 세상이. 되지도 않을 꿈이라 생각하겄지. 모두가 그렇기 생각한다. 천한 백성들은 그렇기 자파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꿈이라고만 할 수는 없제. 세상이 한번 바뀔 뻔했거든. 왜놈만 아니었이믄. 지난 동학당 난리 얘기는 니도 많이 들었일 기다. 왜놈만 병정을 몰고 안 왔이믄…… 정사를 틀어쥐고 있던 양반놈들, 그놈으 자석들은 세상이 바뀌는 것보담 남으 나라 종놈 되는 편을 원했으니께. 그러니께 송두리째 넘어갔지. 땅도 넘어가고 백성도 넘어가고,
이전까지 관수의 존재감은 없었다. 그는 석이를 이끈다. 그의 마음을 얻고 정신을 흔든다. 하지만 관수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다. 석이를 위하고 더 큰 신념을 위함이다. 작은 원한을 위해 나서려면 아예 말아라, 크게 봐야 한다.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들은 큰 꿈을 꾸며 한걸음씩 가기 시작한다.
야무네는 눈물을 닦으며 돌아서 간다. 우두커니 손에 쥐여준 떡을 보다가 야무네 뒷모습을 보곤 하는 석이 어깨를 툭 친 관수.
“어 가자. 간장 녹을 일이 어디 한두 가지가. 산 보듯 강 보듯, 어 가자!”
멋지다. '간장 녹을 일이 어디 한두 가지가? 산 보듯 강 보듯, 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