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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주는 힘/2019년 독서록

토지8권

천진 김 2019. 3. 2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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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은 제4편 '용정촌과 서울'의 16장부터 18장까지와 제5편 '세월을 넘고' 전체인 15장까지를 담고 있다. 2부가 마무리된다. 서희는 환국이와 윤국이만 데리고 용정을 떠난다. 길상의 동행을 갈구했으나 길상은 그러지 않았다.

인연은 이어지고 이어져서 혜관를 다리로 하여 공노인은 김환을 만난다. 환이까지 가세하니 조준구는 더욱 속절없이 무너진다. 서희의 꿈이 그만큼 더 빠르게 확고해져간다. 공노인의 활약은 몇 년을 이어 결국 결실을 맺는다.

길상은 서희의 꿈에만 매달려 있으려 하지 않는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평사리가 아니다. 길상의 생각 또한 서서히 다져진다. 그만큼 더 서희의 토지로부터 멀어져간다. 하얼빈에 다니며 송장환, 이동진, 권필응, 장인걸 등과 같은 뜻을 품는다.

공노인 내외의 은혜를 저버리고 달아났던 송애가 용정에 나타났다. 하지만 이전의 송애가 아니다. 아니, 어쩌면 본래 송애일 수도 있다. 서희와 맞닥뜨렸으나 상대가 되지 않는다.

회령에서의 순사부장 직책도 내놓고 김두수는 왜 그리 금녀에게 집착하는 것인가. 수냥으로 살아가고 있던 금녀는 김두수에게 총상을 입히며 위기에서 벗어난다.

월선이 마침내 떠나갔다. 간도 땅 용정뿐만아니라 이 세상으로부터 멀리 떠나갔다. 친자식은 아니지만 홍이의 아들된 마음은 그 이상 절절하다. 용이는 계속해서 홍이의 부탁을 뿌리쳤지만 월선의 마지막 순간에는 곁을 지켰다. 답답한 인사다. 하지만,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박경리 선생이 확고하게 못박듯이 써놓으신것 같다.

간도에 온 김환은 길상을 만나고 서희를 만나고 이동진을 만난다. 각 만남마다 심상치 않으나 피차 겪어내야 할 만남이었다. 선생이 되기도 하고 숙부가 되기도 하다가 이놈이 되기도 했다. 김환이 내뿜는 기운은 상대방을 압도한다. 그의 향후 행적은 어떤 큰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이제 최서희는 용정의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조선으로 돌아간다. 의심은 했어도 함께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환국과 윤국의 아비인 길상은 그 희망을 깨버렸다. 이대로 김길상과 최서희의 행보는 갈라지고 마는 것인가...


행여 환이가 말을 걸어오지 않을까 겁내는 표정이 되어서. 왜 공노인은 별안간 환이를 두려워하게 되었을까. 그 자신 의식하지 못한 일이나 그것은 상민의 피, 공노인 내부에 흐르고 있는 상민의 피 탓이다. 김개주의 아들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저 준수한 젊은이가 김개주의 아들이라니. 김개주는 영웅이다. 상민의 영웅이다. 이조 오백 년을 들어엎으려던 그를 사람들은 살인귀라 하였다. 압제자의 목을 추풍낙엽같이 날려버린 살인자, 살인귀건 흡혈귀건 아무래도 좋았다. 뭣이건 그는 핍박받아온 백성들 가슴에 등불로 살아 있다. 녹두장군 전봉준을 서울로 압송한 데 반하여 김개주는 위험인물이라 하여 체포 즉시 전주 감영에서 효수되었다. 위험시한 만큼 상민들 가슴에는 낙인처럼 뜨겁게 남아 있는 풍운아 김개주, 그 반역의 피를 지금 눈앞에 있는 아들에게서 본다. 반역의 피는 모든 상민들의 피다. 양반댁 유부녀를 데리고 달아난 것도 반역의 피 때문이다. 반역의 피는 억압된 상민들의 진실이요 소망이다. 수백 수천 년의 소망이다.

공노인이 김환을 만난 날의 장면이다. 아비의 기운이 아들에게 이어졌음이 느껴졌기에 환이를 두려워 한다. 김개주가 그런 정도의 영웅이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이 장면을 통해 비로소 그런 정도인 줄을 알게 되었다.

얼굴 가까이 얼굴을 묻는다. 그러고 떤다. 머리칼에서부터 발끝까지 사시나무 떨듯 떨어댄다. 얼마 후 그 경련은 멎었다.

“임자.”

“야.”

“가만히.”

이불자락을 걷고 여자를 안아 무릎 위에 올린다. 쪽에서 가느다란 은비녀가 방바닥에 떨어진다.

“내 몸이 찹제?”

“아니요.”

“우리 많이 살았다.”

“야.”

내려다보고 올려다본다. 눈만 살아 있다. 월선의 사지는 마치 새털같이 가볍게, 용이의 옷깃조차 잡을 힘이 없다.

“니 여한이 없제?”

“야. 없십니다.”

“그라믄 됐다. 나도 여한이 없다.”

머리를 쓸어주고 주먹만큼 작아진 얼굴에서 턱을 쓸어주고 그리고 조용히 자리에 눕힌다.

월선은 죽을 수 없었다. 용이를 보기 전까지는. 홍이의 호소에도 꿈쩍않던 용이였다. 마치 자신을 기다려주리라 알았던 것처럼 벌목장 일을 끝마치고 월선에게로 왔다. 둘의 대화가 선문답이다. 그러나, 둘은 짧은 말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우리 많이 살았다? 여한이 없제! 다른 누군가가 절대 끼어들 수 없는 둘의 애틋한 인생이 그 안에 다 담겨 있다.

“용이아재는 내가 가기까지 죽지 않는다는 신념이 있었겠지요.”

“그렇다 카더라도.”

“그리고 또 월선아지매가 죽을 것이라는 확실한 일을 다짐하고 다짐하면서 받을 수 있는 고통을 다 받아보자는 심산이 아니었을까요.”

완고하게 용이를 보내주지 않았던 작가쌤이 요래 그 의미를 설명해 주신다. 그래요. 이제 알겠어요... ㅎㅎㅎ

“독립운동이고 뭐고 우리네 무식꾼이야 무슨 일을 하겠나만 그것도 따른 식구가 없어야 말이지.”

“그러니까 처자식이 거물장이라 안 하요.”

“식구란 웃목에 밥상 보듯 늘 그런데 막상 떨치고 떠날라 하면 그게 그렇게 안 되더구먼.”

“없인께 그렇지요. 내 없이믄 못 살 기라는 생각을 한께요. 그까짓 묵고사는 걱정만 없다믄 남자란.”

사실... 가끔은 나도 그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가끔이 아닌 것도 같다.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은 이미 갈림길을 지나왔다. 그러니, 현재를 잘 살아가기로 해야지 달리 어쩌리...

“아기가 찢고 부싯고 하는 것은 그것이 뭣인가 알고 싶어서 그러는 거란다. 환국이는 다 컸으니까 이것은 종이구나 저거는 상자구나, 하고 보기만 해도 알지만 아기는 보아서는 모르지. 그러니까 찢어보고 부숴보는 거야. 그러니까 말리면 안 된다, 알겠니?”

형 환국이가 보기에 동생 윤국이는 말썽꾸러기다. 어미 서희는 환국이를 타이른다. 그 말들이 좋다. 현명한 육아법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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