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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장일기
토지13권 본문
평사리에서 어른으로 등장했던 세대는 이제 얼마 없다. 이제 이야기는 당시에 어린 아이였던 이들이 어른이 되어 이끌어 가고 있다. 13권에는 4부의 제1편 '삶의 형태' 17장 전체와 제2편 '귀거래'의 5장까지를 담고 있다.
강쇠는 저잣거리에서 자전거 탄 왜놈과 부딪혔으나 울분을 삼킨다. 큰 일을 위해서 참았을 게다. 그러나, 이제 그는 어떻게 큰 일을 도모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마도 노동자들과 비밀 조직을 이어가고 있는 듯 하다. 꾹꾹 눌러참아 돌아온 집이건만 노모가 돌아가시고 딸도 연이어 낭떠러지에서 죽고만다. 슬픔은 왜 겹쳐서 몰려오는가. 아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걸며 해도사에게 훈장이 되어주길 부탁하는 것은, 지금은 아니더라도 미래를 위해 씨를 뿌리는 자의 모습인 것이다.
석이를 간도까지 길안내했던 한복이가 평사리로 돌아왔으나 아들 영호는 학생운동을 주동하다가 잡혀 들어갔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으나 영호가 잡혀간 일로 한복과 가족에게 주어졌던 질고의 눈초리가 걷혔다. 오히려 마을에서는 그들 가족을 높이 우대하는 분위기까지 되었다. 한복의 성실함에도 벗겨지지 않던 아비 평산의 살인죄값이 아들 영호로 인해 벗겨진 것이다.
홍이는 용이가 죽고 난 후 비로소 간도행을 결심한다. 아비의 무덤에 갔다가 환상 속에 월선을 보기도 했던 홍이는 우가와 오서방의 칼부림을 말리려다가 큰 부상을 입는다. 음... 칼은 아니었고 낫이었으니 낫부림이라고 해야하나싶다. 그렇다고 낫부림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냥 칼부림인 걸로 하자. 정월 초하루의 일이었다. 33년만에 이웃간 살인이 벌어진 평사리가 흉흉해진다.
광주에서 시작된 학생운동은 전국으로 번졌고 진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웬만한 학생들은 죄다 잡혀갔을 정도였다. 한복의 아들은 주동자로 지목되어 더욱 힘들었고, 서희의 아들 윤국 또한 무기정학을 받았다. 동경에서 공부하고 있는 형 환국이 돌아와 형제가 마주 앉아 하는 대화는 어른들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험이 묻어나지 않아서 설익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환국은 신중하고 윤국은 저돌적이다. 윤국은 기어이 편지 한 장을 남겨놓고 길을 떠난다. 다만, 막연한 가출은 아니다. 아비 길상의 자취를 조금이라도 느끼고 돌아온다.
명희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사랑이 없는 조용하와의 결혼 생활은 조용하 자신의 옹졸하고 섣부른 판단으로 파탄에 이른다. 동생 찬하의 매서운 한마디는 형의 입을 다물게 했고, 명희의 확실한 태도는 남편이 더이상 섣불리 행동하지 못하게 하기도 하고 분노케 하기도 했다. 조용하의 집착은 끝까지 치졸하였으나 어쨌건 명희는 해방되었다. 통영의 바다에서 부활하여 새생명을 얻은 셈이되어 여수에 있던 전도부인 친구 여옥을 만난다.
하기서와 민지연이라는 인물이 처음 등장한다. 지연은 소지감의 외사촌 누이다. 소지감은 서울에서 이범준의 소개로 송관수와 만난 적이 있던 인물이다. 강제합병 때 부친과 형을 잃은 그는 평생을 방황하는 듯 하다. 하기서는 민지연과 혼인을 앞두고 갑작스레 출가를 해버린 인물이다. 지금은 도솔암에 있다. 지연의 부탁으로 소지감은 도솔암까지 인솔을 하여 하기서와 만나게 한다. 이번 권에서는 지연의 집념과 기서의 번뇌가 마주하는 장면까지만 이어졌다.
낫에 찔렸던 홍이는 몸이 다 낫고 간도로 가기 전 영팔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영팔과 아내 판술댁이 늙그막이 나누는 대화가 정겹다. 실은 티격태격이지만 듣는 홍이도 웃음만 나올 뿐이고 독자 또한 그렇다. 지난간 추억도 얘기하고 시류도 얘기한다. 나형사와 함께 살던 석이의 아내 성환어미는 나형사가 본처에게 가려 하자 눈쌀을 찌푸리는 짓거리를 한다. 석이네가 이래저래 안타깝다. 석이는 간도로 피신해 있으나 석이네는 모른다. 연학도 홍이도 석이네를 위해서 말해주지 않는다.
보연이 운다. 장이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장이를 불러낸 보연은 따귀를 때리며 분을 냈다. 나중에 이를 안 홍이는 장이에게 못할 짓을 한 장본인이기에 한 번은 만나서 얘기를 해야겠다고 한다. 하지만 보연은 절대 안된다 한다. 홍이가 타이르려 해도 소용없다. 보연은 단호하게 말한다. 어떤 보상도 장이에게는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장이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홍이 자신 뿐이라는 것을 보연은 마음속에서 이미 아는 것이다. 그래서 보연은 밤새 울었던 것이다. 아... 홍이... 거참... 용이의 아들 맞고나 싶다 ^^*
등장인물의 대화속에나 나오던 일본이 무대로 등장했다. 조선인 유인실을 사랑하는 일본인 오가타 지로가 백부를 만나고 사촌여동생을 만나고 누나를 만나는 장면이다. 사촌끼리 혼인을 꺼리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여기는 일본의 풍습을 볼 수 있었다. 아들이 없어 대를 잇지 못하게 된 백부는 오가타에게 자신의 외동딸과 결혼하라고 한다. 하지만 오가타는 거부한다. 유인실을 마음에 두었기 때문이다. 백부와의 대화 중에 군국주의 일본의 시대상을 조금은 더 엿볼 수 있었다. 백부는 소장으로 퇴역한 군인이었다.
역사적 사실의 큰 줄거리와 등장인물들의 세세한 인생사가 엮어져서 자연스럽게 그 시대를 이해하게 된다. 씨 뿌리는 사람들의 노력은 언제 쯤 결실을 맺게 될 것인가...
“그래 너의 고민을 이해한다. 나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니까. 너도 러시아의 작가 톨스토이의 작품 하나쯤은 읽었을 게다. 러시아 대귀족 톨스토이, 나는 그가 쓴 책은 대체로 다 읽은 편인데 나는 거기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무엇을 얻으려고 했어요?”
“개인과 인생과 사회, 인류문제. 나는 서적을 통해서 꽁지에 불붙은 것처럼 넓은 방 안을 수없이 왔다갔다 하는 톨스토이를 보았을 뿐이다.”
“잘 모르겠어요.”
“시초에 그는 재산과 명문을 소유한 문단의 총아였다. 다음은 진보적 자유주의자가 되었고, 하여 명문과 재산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히던 것, 명문과 재산 이외 또 하나 있었지. 종교였다. 그 세 가지가 다 미결인 채 그는 세계 구제를 생각하였고 그러기 위하여 무저항주의를 만들었다. 그가 그의 소유물 모두를 버린 것은 훨씬 훗날의 일이었지. 그러나 그는 죽는 날까지 그 자신을 해방하지 못했다.
환국과 윤국의 대화다. 톨스토이를 이렇게 진지하게 논의하는 대화가 토지에 들어있을 줄이야... 환국이 톨스토이로 부터 아무것도 얻지 못하였다고 해서 의외긴 했으나 여튼 괜히 반가왔다. ^^*
“거 최참판댁 둘째 도련님이.”
“만세 불렀다고 잽히간 이약을 들었제.”
“그 일은 나와서 해결이 됐인께. 참말인지 온, 행방불명이라 카던지, 강물에 떠내리갔다는 흉칙스런 말도 있고.”
“무슨 소리여? 장마 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 헌다.”
“장마 도깨비 여울 건니는 소리라, 그기이 무신 말이오?”
“씨잘데없는 말이란 말이여. 헐 일이 없으면 누워서 서까래나 세더라고, 어여 술이나 들어.”
ㅋㅋㅋㅋㅋㅋ 장마 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 헌다~
장마소리가 요란한 듯 해도 여울을 건너갈 때는 티도 안날 것이다. 우째 이런 재밌는 표현을 처음 들어본단 말이냐. 정겨운 우리말을 찾아서 팔도 유람이라도 해야겄다!
나는 죽음 자체도 그렇거니와 영혼이 떠난 그 유리알과도 같고 굳어진 아교와도 같은 눈동자를 결코 잊지 못했어. 그 눈동자는 지금도 내가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야. 숨이 끊어진 순간 왜 빛을 잃는 것일까. 육신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변하는데…….”
출가를 하고 도솔암에서 지내고 있는 하기서가 그를 찾아온 지연을 앞에 두고 하는 말이다.
영혼이 떠난 그 유리알... 숨이 끊어진 순간 왜 빛을 잃는 것일까. 육신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변하는데...
멍때릴 때 조차도 우리의 눈은 빛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숨이 끊어지면 그게 다르게 보이나 보다. 나는 본 적이 없으므로 그런가 보다 한다. 그냥 인형에게 박아 놓은 그런 눈이 되는 것일까...
만나기만 하면 사기그릇 부딪치듯 이들은 말싸움부터 시작한다. 맞붙어 뒹구는 개구쟁이같이 때론 앙칼진 고양이가 발톱을 날리듯, 그러나 사람이 귀(貴)한 곳이다. 표현이야 어찌 되었던 그것은 모두 서로 부벼대보는 정의(情誼)인 것이다.
강쇠 김장사와 해도사는 보기만 하면 말씨름부터 한다. 하지만 서로 부딪는 그게 정이다. 사람 귀한 곳이다 보니 좋은 소리든 싫은 소리든 오래 마주하고 대화를 할 구실을 서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 덕분에 3·1만세 때 경찰서에도 붙잽히가 본 거 앙이가. 족보에 써넣어두어라. 자손들 보게.”
곁눈질을 하며 비꼰다.
“써넣고 접어도 족보가 있이야지요. 할아부지 의병 나간 것도 써넣을 긴데.”
영팔노인이 아들 판술에게 하는 말이다. 고생은 시켰지만 그 덕분에 세상살이를 알았지 않나며 너스레다. 그 대화 가운데 3.1만세 때 잡혀간 것을 두고 자손들 보게 족보에 써넣어두어라 라고 한 말은 엄청난 선경지명인 것 같다. 확실히 그런 기록이 있다면 재고의 여지도 없이 독립유공자로 등록됐을지도...^^ 영팔의 의병질을 언급하는 판술의 응수 또한 유쾌하다.
기록해 두고 싶은 재밌는 표현 두가지.
실이 노이 되다: 한 올의 실이 노끈이 될 정도로 오랜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되풀이하다
용이 물 밖에 나믄 개미가 침노한다: 아무리 좋은 처지에 있던 사람이라도 불행한 경우나 환경에 빠지게 되면 하찮은 사람에게서까지 모욕을 당하고 괄시를 받게 된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