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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장일기
토지12권 본문
제4편 '긴 여로'의 15장부터 18장까지와 제5편 '젊은 매들' 20장 전체를 담고 있는 12권으로 해서 3부도 끝났다. 아직 독립은 멀었고 세대는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다음 세대들의 모습과 행동에서 앞 선 세대들이 투영되기도 하고 그림자가 짙어지기도 한다.
지삼만은 수하에게 살해되었고 봉순이는 섬진강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 지삼만은 사이비 종교로 자신만의 성을 구축했으나 그 안에서 무너진 셈이다. 지삼만을 노리고 숨어들었던 강쇠아 짝쇠는 헛헛한 웃음만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기화로 살아왔던 봉순이도 그 안에서 스스로 무너졌다. 욕심을 부리며 살지는 않았지만 무엇을 향했던 삶이었던지 확실치는 않다. 봉순에게는 이상현의 딸 양현이가 남았다.
혜관은 다시 간도로 떠났다. 공노인을 만났고 주갑을 만났다. 마차를 기다리다 말고 함께 가는 길에 서로의 횡설수설이 오히려 정겹다. 주갑에게 봉순의 죽음은 의미인듯 아닌듯 가늠하기 어렵다. 박정호의 아이들에게 할아버지 소리를 듣는 시간이 그에겐 행복인가 보다.
이상현은 아직도 방황중이다. 자신의 처지를 자신도 어쩌지 못해서 술먹고 하는 주사는 도를 넘는다. 하지만, 이광수의 변절을 두고 토론하는 그의 모습에는 확실한 자신의 신념이 비춰지기는 한다. 그렇기에 소설은 계속 쓴다. 임명빈에게 임명희에게 편지를 써서 부탁을 한다. 소설을 맡기고 기고가 되거든 고료를 양현을 위해 써달라고 한다. 양반의 자존심을 힘겹게 뚫고 나온 자책과 반성의 모습이라할까? 아니면 부성애라고 해야할까...
서희는 달마다 서울을 다녀간다. 길상을 면회하기 위함이다. 마음이 상하자 몸도 상한다. 계속 쳐지고 약해져가는데 서울 다녀오는 길에 맹장염으로 급한 고비를 맞기도 한다. 최참판댁에서 유일하게 미소를 짓게하는 것은 양현이다. 서희가 양현을 거두었다. 환국과 윤국을 오빠라 부르고 서희를 어머니라 부른다. 명희는 양현을 데려가고 싶어하지만 진주를 방문하고선 생각을 거둔다.
조용하와 홍성숙의 얘기는 무엇이고 명희의 결혼생활은 무엇인가. 임명빈은 교장직을 사임한다. 명희를 위함이다. 독신으로 살아갈 것 같던 강선혜는 결혼을 하고 싶어하고, 사랑하는 인가 있는 유인실은 평생 독신으로 살고자 한다. 오가타 지로는 구애하지만 사랑으로도 극복하기 어려운 강한 갈등이다. 한국인을 도왔고 한국인과 함께 수감됐던 그였지만, 일본인과 결혼한다는 것은 인실이 넘어서기 어려운 문제다.
조준구가 오랜만에 등장했다. 굳이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등장하니 저절로 화가 나면서 더욱 재밌어지는 맛이 있기는 하다. 뻔뻔한 건 변함이 없다. 홍씨는 홀로 죽었고 자신도 그렇게 쓸쓸하게 갈지도 모른다. 통영으로 병수를 찾아간다. 병수는 소목으로서 명장이 되어 있다. 모실 수는 있으나 당신이 들어오라는 말에 조준구는 오히려 화를 낸다. 대단한 종자다... ㅎㅎ
용이가 죽었다. 용이가 죽으니 정말 한 세대가 끝난 것 같다. 그의 성정은 아들 홍이가 이어받을 듯 하지만 그게 어디 같을 수 있나. 큰 덕이 있는 것도 아니나 큰 흠도 없는 생이었다고 한다. 홍은 간도로 떠나가려 마음을 먹는다. 아내를 먼저 보낸 공노인도 홍을 기다린다.
소림은 정윤과 결혼했다. 정윤을 뒷바라지하던 숙희는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애초 둘 사이의 사랑은 한쪽만의 사랑이었다. 그렇다고 정윤이 소림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흠이 있는 소림을 위해 의사사위를 맞이 양교리댁과 배경이 없는 정윤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씁쓸한 이야기다.
관수는 이리저리 뛰면서 간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을례 때문에 순사의 표적이 된 석이는 간도로 도망갔다. 한복이가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독립운동 또한 세대가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다. 광주학생운동을 대하는 윤국의 생각 또한 다음 편에서 윤국에게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를 궁금케 한다.
“서의돈 그 형님 말씀이 생각나는군요. 물산장려운동을 소극적으로 관여하거나 방관하는 총독부의 속셈은 장차 허울만의 민족자본진영을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방패막이로 삼겠다는 포석이라고 한 말이.”
제국주의는 공산주의를 싫어한다. 거기까지는 이의없다. 그런데, 그들의 수가 높았다. 민족자본진영은 허울뿐이었고 결국 그들 세력이 친일이 되어 이제까지 이어온 것이 아닐까 싶다.
“그 빌어먹을 년만 아니었으면 왜경들이 환국이 부친 얼굴을 모르는 터이라 얼마든지 피신할 수 있었겠지요. 김두수는 그때 봉천에 있었기 때문에 직접으로는 손이 닿지 않았고, 그러나 그놈이 이쪽 동태를 살피게 한 것만은 틀림이 없을 게요. 그놈이야 큰 고기 낚으려고 항상 노리고 있었으니까.”
“어째 한배 속에서 동쪽 서쪽으로 자식이 태어났는지 모를 일이오.”
임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칠성이로부터 난 임이고 용이로부터 난 홍이지만 엄마는 같다. 임이네가 그렇게 밉살스럽게 살다가더만 임이마저 어미짓을 한다. 심지어 길상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잡혀간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정말 주갑은 놀란 것 같다. 목덜미의 잔주름이 땟자국같이 밀리는데 입을 병신같이 헤벌리고 혜관을 쳐다본다.
박경리 샘... ㅎㅎㅎ 굳이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표현하시고 그러셨어요. 토지 독자 중에는 나름 팬덤이 확실한 인물이 주갑이란 말예요 ^^
3·1만세 후 조선 국내에서 일고 있는 패배주의, 비관주의는 그 심각한 면에서 국외도 다를 것이 없었다. 민족자결주의라는 국제이념만을 태산같이 믿고 평화적 시위를 내걸었건만 열강은 일본의 기색만을 살피며 무자비하게 국제이념을 배신하고 조선 민족을 배신하였다.
3.1만세운동은 큰 반향을 주기는 했지만 세계정세는 냉정했다. 민족자결주의. 모든 민족은 스스로 결정한 권리가 있다라고 근사하게 말했지만 실은 너네 민족일은 너네들이 알아서 해라였다. 누가 배신한게 아니다. 우리가 잘 못 알았다. 우리 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약소 민족들이 그렇게 알았었다.
처녀들은 모두 엉덩이까지 머리를 기르고 땋아서 자줏빛이나 주홍빛 댕기를 물리고 다니는데 숙희는 직업여성이었기에 짤랐었다. 짤라서 등까지 내린 머리를 두 번, 세 번 정도 땋아서 검정 고무줄로 묶는다. 스물세 살의 노처녀, 스물세 살까지 머리를 땋고 다니는 여자는 거의 없다. 결혼 적령기가 십육 세, 열여덟도 늦은 편이며 스물을 넘긴 딸을 가진 집안에선 우환덩어리로 생각하는 세풍에 머리를 땋고 있어야 하는 숙희, 머리를 땋을 때마다 우울했으나 한 가닥 희망은 있었다. 이제는 캄캄한 절벽이다.
정윤에게 배신을 당한 숙희를 통해 당시 처녀들의 풍속을 살펴본다. 결혼여부와 헤어스타일, 그리고 결혼 적령기에 대해서 알았다. ㅎㅎㅎ 빨라도 너무 빨라~
“형, 손님 왔어.”
윤국은 쓰러질 만큼 술에 취해 있는 형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 소리를 죽이며 말했다.
“여자 손님이오. 아주 미인이던데?”
“서울 아주머니야?”
“젊어 뵈던걸? 처년가 봐?”
박경리 쌤...정말! 요렇게 써 놓으시고선 그 장을 마무리해버렸다. 다음 장에 바로 이어지나 했다가 완전 다른 장면으로 넘어가서 당황했단 말이다... ^^; 아무래도 TV 드라마의 씬이 휙휙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남선 일대를 바람 쏘일 겸 다녀왔습니다. 전도부인언닐 따라서요. 그 언니랑 헤어진 뒤 진주에 갔었습니다. 김선생님댁에.”
“김선생님댁이라면?”
“저기 최참판댁 말예요.”
“아아.”
“아직 형무소에 계시고 해서 얼마나 가족이 상심하고 계실까, 뭐 위로가 되지도 않을 테지만 그냥 지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진주를 방문했던 여인은 요렇게 해서 유인실이었던 걸로 밝혀졌다 ^^ 한 장을 건너뛰고 그 다음 장에서야 알 수 있었다. ㅎ~
원고에서 받게 될 원고료를 아이 양육비에 도움 되게 선처하여 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말미에 인사말이 있었고 편지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명희를 대하는 상현의 애틋한 마음이 표현되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결론은 자신의 딸인 양현을 챙겨달라는 것으로 끝맺고 만다. 읽는 내가 다 난감했다. 명희가 속으로 그랬을 것 같다. 이 사람 뭥미??? 그 다음에 갖은 욕을 다 날렸어도 이해가 될 만한 상황이지 싶다. 그런데, 그런 건 또 표현을 안하신 박경리 쌤...
“사람의 일이란 관뚜껑에 못질을 해놔야, 그래야 말할 수 있는 거 아니겄소? 칠십 팔십이 되고 다 살았다 다 살았다 함시도 험한 꼴 볼라 카믄 얼매든지 본께. 관뚜껑에 못질하기까지는 장담 못하제요.”
사람의 삶은 반전의 연속이다. 그 말을 요렇게 표현했다. 관뚜껑에 못질을 해야 비로소 더 이상의 반전이 없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밤을 보내기 위하여 이런저런, 깊은 생각 없이 말들을 지껄이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의 말대로 나이를 봐서는 더 살아야겠지만 호상이라 할 수 있는 상가의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오랜 병고 때문에 용이 머지않아 죽을 것이란 사실이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병고말고는 용이 만년이 비교적 풍파 없이 조용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를 위해 마음 아파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누구 가슴에 못질을 한 일도 없었으며 깊이 관여하지도 않았고 어딘지 도인(道人)같이 표표했던 그의 일상은 사람들에게 병고로 빚은 음산함을 느끼게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세 여인과 엮여서 험난한 로맨스를 보여주며 이야기의 한 축을 이끌었던 용이였다. 묵묵함이 마치 세상의 진리인 듯 여기며 강청댁의 구박과 임이네의 황당한 처사에도 답답하게 침묵하고 견디며 살았던 그였지만 만년의 모습은 참 평온했다. 사람들은 그를 인정해 주었다. 그래서 그의 죽음이 외롭지 않았다.
“하기는 식자 든 사람들 살아가기가 더 어려운 모양이더라만…… 너도 공부해서 혁명투사 되겠어?”
영호를 올려다본다.
“그런 것 생각 안 하는 아이들, 우리 친구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것도 팔자에 있어야 되는갑더만. 이십, 삼십이 넘으면 글쎄, 그런 생각 안 하려고 도망치게 되고, 비범하다고 자부한 자신이 초라한 사람으로 뵈게 된다.
홍이도 어느새 다음 세대가 바로 뒤에서 오고 있음을 느낀다. 한복의 아들 영호와 하는 대화다. 이후 따끔한 충고도 해준다. 일제에게 강점된지 10년 20년이 되고 희망을 꺽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베어내고 썩어지는 듯 해도 민초들 풀뿌리에서부터 배겨져 올라오는 심성은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