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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즐거움/그냥쓰기

이별

천진 김 2021. 3. 1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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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상대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심하게 드러내는 사람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내가 잘못된 것이고 감정이 메말라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때가 있는 것이다.

 

어려서 할아버지가 객사를 하셨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당시 너무 어려서 받아들이기 힘들어 그럴 것이다 생각했지만

같이 살던 친척동생이 숨 넘어가듯 오열을 했고 나는 그 아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살아가면서 계속되는 이별에도 슬픔을 잘 느끼지 못했다.

내가 상대에 대해 추억이 없는 것도 아니고 친분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다시 이별이 찾아오면 무덤덤해지는 감정을 느낄 때 당혹스럽기도 하다.

억지 울음을 만들어야 하고 슬픈 얼굴로 상대를 속이는 느낌이 들어 미안하기도 하다.

 

이별의 슬픔을 감당하지 못해 외면해 버리는 습관이 감정을 삼켜버린 것일까?

애초에 나라는 사람은 감정이 메말라 있는 것일까?

 

슬픈 영화를 보며 울컥하는 것을 보면 감정이 메마른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상대와의 관계에 서툴렀고 무관심했던 것들이 감정의 무덤을 만들었던 것 같다.

상대에 관해 집중하지 않고 건성으로 맺어 왔던 나의 행동의 결과인 것이다.

 

나의 감정에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부족함이 만들어낸 무덤덤함이다.

그런데 나의 감정이 잘못된 것인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표현하지 못한다고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기에...

내게도 이별은 아프고 슬픈 일이다.

그런데 눈물이 나지 않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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