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지병에 대해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이 못된 지병은 나의 하루를 무기력하게 만드는데 일조를 한다.
이 병이 발병하면 '귀찮아 병'이 함께 찾아온다.
눈치챘는가?
맞다 '피곤해 병'이다.
자신이 하루에 사용해야 하는 에너지를 초과해 사용하면 발생하는 정상적인 피로감이다.
그런데 습관적으로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 정말 에너지를 초과해서 피곤한 것인지 피곤하다는 생각에 피곤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이 병의 현상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 일과를 마칠 때까지 자신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보냈는지 모르지만 피곤하다는 말로 일종의 만족감을 얻는 것 같다.
정작 열심히 하지 않았으면서도 이 병이 발병해서 이 만큼이면 충분해라는 속삭임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가려버리는 것이다.
이 병은 내게 더 열정적일 수 있는 의지를 꺾어 놓기도 한다.
가끔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열정적으로 하루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볼 때면 그들은 피곤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더 열정을 불러오려고 하는 듯 피곤함을 떨쳐버린다.
그들이 나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기도 하고 더 힘들게 일하기도 하지만 피곤하다는 말로 자신을 만족시키지 않는 것 같다.
이 '피곤해 병'이 발병하면 '귀찮아 병'이 함께 찾아와서 나른 멈춰 서게 하는 것 같다.
아니 늘어지게 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나의 에너지를 감소시키면서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불편한 기색을 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하나의 말이 좋지 않은 파동을 일으켜 나의 하루를 붙잡아 버리는 것이다.
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면 이 병이 발병하지 않을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나를 속이고 주저앉게 만드는 이 병에 대해서도 치료제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