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병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벌써 일곱 번째의 지병을 말해야 한다.
그건 '힘들어 병'이다.
고된 노동을 하고나면 우리는 힘들었다고 말한다.
모두 힘든 세상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습관적으로 이 병이 발발한다.
어쩔 때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으면서도 힘들다고 말하기도 한다.
내가 힘들다는 것은 정말일까?
작은 몸의 움직임에도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힘을 쓰는데 문제가 없고 높은 산을 오르는데 문제가 없는 것을 보면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아닐 것이다.
이 힘들어 병은 무의식에 작용해서 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가진 역량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제를 거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추진력을 감소시키는데 일조를 하기도 한다.
나의 이 지병은 일과의 모든 부분에 나타난다.
일을 할 때나 움직일 때 등 사소한 행동을 하면서도 습관적으로 내어 뱉는다.
어휴 힘들어!
정말 힘들어서 말하는 것인지 습관적으로 그러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이 작은 습관의 말은 자주 추진력을 잃게 만든다.
더 나아갈 수 있음에도 멈춰 서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몸은 힘들지 않은데도 이 병은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고 작동을 멈추도록 의식을 유도한다.
그러면 이내 멈추려 하고 나아가려 하면 벽을 세워 힘을 쓰도록 만든다.
그 벽을 나는 대부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아 멈춰 서게 된다.
이 병이 가진 최고의 힘이 나를 나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오늘도 이 병이 몇 번이나 발병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 스스로 이겨내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돌아봐야겠다.
힘들어해서 힘든 것이다.
내 지병들의 숨겨진 마음을 읽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