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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주는 힘/2019년 독서록

공터에서

천진 김 2019. 7. 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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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쉰 두번째 책



공터에서

 김훈 장편소설

저자   김훈
출판   해냄출판사  |  2017.2.3.

장편소설은 어떻게 작성될까?
이 소설은 저자의 칼의노래를 대여하려다 대여하지 못하고 차선으로 선택한 책이다.
"공터에서"라는 제목에 이 소설은 막연히 어떤내용이겠구나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그리고 베스트셀러에 있는 칼의노래라는 책도 어떤 소설인지 모른다.
이 책에서 내가 읽은 내용은 다시한번 '토지'를 연상하게 했다.
나의 의도는 아니지만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요즘 일본이 강제징용 노동자
소송에서 패하고 우리나라를 향해 경제보복응 감행하고 그에 맞서 경제독립을 주창하며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있으며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가지 않기의 국민 행동이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한 해인데 올해 내가 읽는 책은 일제 점령기에 치욕적이었던 우리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소설들이 많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우리의 감성은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 맞으며 무의식적으로 시류를 쫒아가는
것일 것이다.
이 책은 아버지 마동수가 세상을 떠나고 그 생의 고달픔과 6.25 남북전쟁의 슬픔 그리고 베트남 전쟁의 아픔까지도 전하고 있다.

왜, 책의 제목이 '공터에서'일까?

'공터(空-)' : 이나 따위 없는 빈자리를 말한다.

마차세는 여자친구를 만나다 아비의 임종을 보지 못했다.
마장세는 베트남 전쟁에서 제대 후 돌아오지 않고 괌에 정착하면서 가족의 곁으로 가는 것을
두려워 피했다.
어머니는 흥남부두 피난에서 젖먹이 딸과 남편을 잃고 홀로 부산으로 피난 내려와 막막한 삶을
지켜내려다 마동수와 살림을 차렸고 장세와 차세를 낳았다.
그리고 가족을 것도는 마동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아들을 키워냈다.

마차세는 아버지 마동수의 죽음 후 학업을 포기하고 신문기자 인턴생활을 하다 가정을 이루었고
실직했으나 아내의 지지속에 열심히 취직하려 노력하였고 친구의 회사에 마장세와의 인연으로
취직하여 안정적인 삶을 꾸리다 마장세의 잘못으로 다시 직장을 잃는다.

마차세는 '아버지는 거점이 없었어, 발 디딜 곳 말이야, 형은 그런 아버지가 싫어서 형 자신의
거점을 없앤거야.'라고 말한다.

거점이 없다는 것...
저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이 그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가 거점을 가져야 한다.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거점을 가져야 외롭지 않고 힘들때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공터' 아무것도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자리가 있다.
비였지만 누군가는 딛고 일어 설 수 있는 자리가 '공터'에는 있다.
누구의 '터'도 아닌 스스로 딛고 일어설 자리가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책 속으로

마동수(馬東守)는 1979년 12월 20일 서울 서대문구 산외동 산18번지에서 죽었다. 마동수는 1910년 경술생(庚戌生) 개띠로, 서울에서 태어나 소년기를 보내고, 만주의 길림(吉林), 장춘(長春), 상해(上海)를 떠돌았고 해방 후에 서울로 돌아와서 625전쟁과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시대를 살고, 69세로 죽었다. 마동수가 죽던 해에,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대통령 박정희를 권총으로 쏘아 죽였다. 박정희는 5, 6, 7, 8, 9대 대통령을 지냈다. 박정희는 심장에 총알을 맞고 쓰러져서, ‘괜찮다, 나는 괜찮아……’라고 중얼거렸다. 마동수의 죽음과 박정희의 죽음은 ‘죽었다’는 사실 이외에 아무 관련이 없다. 마동수의 생애에 특기할 만한 것은 없다.
마동수는 암 판정을 받은 지 3년 만에 죽었다. 간에서 시작된 암은 위와 창자로 퍼졌고 등뼈 속까지 스몄다. 뼈가 삭아서 재채기를 하다가 관절이 어긋났다. 마동수의 암은 느리고 길었다. 몸이 무너져갈수록 암의 세력은 번성했고, 마동수의 숨이 끊어진 후에도 암은 사체 속에서 사흘 동안 살아 있다가 사체가 화장될 때 소멸했다. 마동수의 암은 인체에 기생하지만 인체와는 독립된 별도의 생명체였다.
―「아버지」 중에서

마차세는 대대본부 행정반에서 휴가증을 받았다. 비상계엄에 따른 휴가 정지가 해제된 후 처음 받는 휴가이므로 시국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휴가 기간 중에도 군기를 엄수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비상 연락망을 숙지하고 귀대 시간을 엄수하라고 선임하사가 말했다. 십이월 이십이일……. 마차세는 선임하사 앞에서 귀대 날짜를 세 번 복창하고 행정반을 나왔다.
보급계 사무실에서 오장춘(吳長春) 상병이 달려 나왔다. 오장춘은 마차세의 팔을 끌어서 휴게실로 들어갔다. 휴게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장춘이 흰 봉투 한 개를 내밀었다.
―야, 이거, 휴가 가서 술이나 한잔해라.
―너, 이래도 되니?
―니미……. 야, 누가 보겠다. 빨리 집어넣어.
오장춘이 준 봉투에는 2만 원이 들어 있었다. 상병 월급의 여섯 배가 넘었다. 오장춘은 대대본부 보급계에서 연료 담당 하사관의 조수 노릇을 하고 있었다. 운전병들이 제출하는 차량 운전 일지와 상부에 보고하는 서류 사이의 차이만큼의 연료가 암시장으로 새어 나가고 있었다.
―「동부전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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