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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주는 힘/2019년 독서록

바람으로 그린 그림

천진 김 2019. 7. 3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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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쉰 네번째 책



바람으로 그린 그림 김홍신 장편소설

저자    김홍신
출판    해냄출판사  |  2017.8.8.


무엇을 읽을까 도서관에서 고민하다 손에 든 김홍신 작가의 책이다.
김홍신 작가의 '인간시장'은 책으로는 읽지 않았지만 드라마로 보면서 통쾌해 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이 어떤 내용일지는 모르고 골랐는데 읽다보니 이루어 질 수 없었던 첫사랑의 기억이 나는
책이 었다.
그리고 선택에 관한 책임을 담고 있는 책이다.

왜 책의 제목이 '바람으로 그린 그림'일까?

제목의 바람은 산들바람이 아니라 바램의 바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과 가슴속에 묻어둔 사랑의 바램이 바람을 타고 흘러 간 것처럼...
내가 모니카라도 그런 선택을 했을 것 같다.
그래서인 책을 읽으며 내가 상상한 내용도 책의 전개와 맞아가는게 신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시몬과 아녜스가 비극적인 결말을 맺은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불만이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결말을 맺어 잘못된 선택에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결말인 것 같아
조금은 불만이다.
그렇지 않아도 모니카는 자신의 잘못된 선택에 댓가를 치루며 살아갈텐데...
너무도 아픈 결과를 지우고 영원한 사랑을 아녜스가 지켜가도록 한 부분은 불만이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그 결과에 순응하는 사람과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실수를 통해 배워나간다.
진정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가슴 깊은 사랑과 이루어 질 수 없는 조건은
더 더욱 가슴 저미지 않을까 생각된다.

가슴 저미는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삶이지 않으까 생각된다.
 
분명한 것은 그녀가 본디 내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어둠 속에서,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길에서 그녀는 내 손을 힘주어 잡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죄를 고백하듯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 시집가게 됐단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소식을 전하듯이 말했다. 흔들리는 시선으로 말없이 서있는 나를 끌어안고 잠시 내 이마에 입술을 댄 그녀는 울음을 참는 듯했다. 내 등을 몇 차례인가 토닥거리고 돌아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뛰었다.
그 순간 난 지구가 폭발하여 모든 게 사라졌으면 싶었다. 때론 이런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상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 둘로 나누어진 나 자신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제1부 철조망 또는 성벽] 중에서
우리 목장에서 함께 보내는 마지막 밤, 우리는 도란도란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나를 목장까지 데려와서 가뒀으니까 뭔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
그 순간 나는 얼른 대답할 수가 없었다. 리노의 목소리로 미루어 장난이 아니라 사뭇 진지했기 때문이었다.
“지난번에는 의대만 가면 해달라는 거 다 해준다고, 뭐든 말하라고 했잖아.”
리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약속을 장난처럼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뭘 원하는지 말해 봐.”
……
“그건 지금 말 못해.”
“왜 못하는 거지? 무슨 비밀이라도 되는 건가.”
“내 인생을 건 특급비밀이니까 그런 줄 알라니까.”
그걸로 끝이었다. 리노는 더 이상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제2부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자유] 중에서

내 심장과 내 두뇌의 대부분은 모니카가 가져가버렸다. 어쩌면 내가 자청해서 상납했다는 표현이 맞을는지 모른다. 꼿꼿하게 머리 들고 당당하게 가슴 펴고 살아가야 한다지만 사랑한테만은 복종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고 생각했다. …… 모니카가 서낭당이라면 날마다 수백, 수천 개의 돌멩이를 던져 진작 그 돌무더기가 산이 되었을 것이다.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용광로가 되어 내가 전부 타버리고 재만 남았을 것이다. 그래도 현실을 뛰어넘을 재주는 없었다. 모니카의 결혼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함께 도망쳐 깊은 산속이나 무인도에 가서 살고 싶지만 그것이 모니카를 진정 행복하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사랑이란 피가 끓어 사람까지 증발시키는 것이지만 시간이 가면 어려운 현실 앞에 한 점 먼지가 되어 사라지기도 하지 않는가.
―[제2부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자유] 중에서

세월이 흐르면 변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리노는 지금쯤 안정을 되찾고 떠나버린 나쯤이야 잊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겠지. 피그말리온은 정성스럽게 여인상을 조각하여 갈라테이아라 이름을 짓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의 지극한 사랑에 감동한... 여신 아프로디테는 여인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는 것이다. 리노는 자신이 전생에 피그말리온이라고 했다. 갈라테이아인 나는 리노의 사랑을 받았으나 미래를 함께 할 수는 없었다. 이런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서러웠다. 이제 리노를 다시는 못 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2부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자유] 중에서

“모니카를 갖고 싶었습니다. 정말 갖고 싶었습니다. 완벽한 사랑을 하고 싶었습니다. 모니카만 있으면 다른 걸 다 빼앗겨도 좋다고 기도했잖습니까.”
오직 모니카 한 여자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저만치에서 손전등 불빛이 흔들렸다. 내가 여기에 있으리라는 걸 알고 그녀가 나를 찾으러 나온 것이다.
“오늘 대답하지 않아도 돼. 당장 말해 달라는 거 아냐. 그러니까 오늘 밤에는 그냥 자면 되잖아.”
그녀가 내 팔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다. 못이기는 체 따라 걸었다.
“우리가 이다음에 이 개울에서 함께 목욕을 할 수 있을까? 기적처럼…….”
작년 여름에 우리는 이 개울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목욕도 하고 장난치며 더위를 씻어냈고 마음에 꽃을 심었다. ‘기적처럼’이란 말이 나는 괴로웠다. 결코 일어나지 않을 기적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제3부 새끼손가락의 약속]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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