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장일기

바나나 우유의 추억 본문

색다른 즐거움/그냥쓰기

바나나 우유의 추억

천진 김 2020. 9. 1. 16:07
728x90

나의 부모님은 장사를 하시면서 하루를 바쁘게 열심히 살아오신 분들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 나는 대중목욕탕을 혼자서 갔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에는 그 시대의 여느 남자아이들처럼 엄마와 여탕에 갔다.

그러다 여탕에 가기에는 훌쩍 커버렸을 때부터는 아빠가 대부분 목욕탕을 데리고 간다.

 


나는 그런 평범한 과정이 아닌 특별한 케이스가 된 것이다.

아버지가 바쁘시고 목욕탕에 가는 비용이 아깝다며 나 혼자 가게 된 것이다.

어린아이가 때를 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도 했지만 그 당시에는 어른들이 등을 밀어달라고 하면 흔쾌히 힘을 빌려주는 시대였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었다.

 


그런데도 나는 목욕탕에 가는 것이 좋지 않았다.

목욕이 싫은 것이 아니라 목욕탕에서 마주하는 상황이 싫었던 것이다.

그 당시 목욕탕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목욕을 하고 난 후에 더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시는 노란 바나나우유는 나에게 엄청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매번 목욕비만 손에 쥐어주시고 다녀오라는 일요일 아침은 그 부러움에 열등감을 느끼는 아침이었던 것이다.

나는 아버지와 목욕을 마치고 나와 서로 바나나우유를 마시는 모습을 보며 마냥 부럽기만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내가 아버지가 되면서 나의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서 그 부러웠던 행동을 했을 때 피식 웃음이 났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부러웠을까?

그건 아마도 아버지와 경험을 공유하지 못한 아쉬움이었다.

 


나는 엄하던 아버지에게 살가운 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버지와 마주하면 어색함이 들고 애틋함이 덜한 것 같다.

나에게 아버지가 필요하던 시절에는 아버지가 자리하지 않았고 이제는 내가 필요하실 아버지에게 내가 자리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바라신다는 것을 흘려들었으나 나는 행동하지 못한다.

그것이 그리 힘든 일도 아닐 텐데 쉽사리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19 팬데믹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용기를 내야겠다.

그리고 나의 어릴 적 부러움에 대상이었던 아버지와 목욕 후 바나나우유 마시기를 해야겠다.

'색다른 즐거움 > 그냥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분 전환  (0) 2020.09.01
기회와 운  (0) 2020.09.01
잡다한 것  (0) 2020.09.01
김치 부침개  (0) 2020.09.01
내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0) 2020.09.01